정부가 내년 10월쯤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완공 시점이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3호기에 설치된 불량 케이블을 대체할 새 케이블의 공급업체가 최근 선정됐지만, 해당 케이블 납품이 당초 예상했던 올해 말이 아니라 내년 4월쯤부터나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교체 작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수력원자력은 미국의 새 케이블 공급업체가 자체 수행한 성능시험 '합격' 결과를 구두로만 통보받고 생산 개시를 주문, '셀프 검증' 논란도 빚어질 전망이다.
10일 원자력당국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말 경쟁입찰을 거쳐 미국의 RSCC사를 신고리 3ㆍ4호기용 안전등급 케이블 공급을 위한 제1순위 계약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애초 미국의 G사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으나, RSCC사가 G사보다 수십만달러 적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RSCC사는 신고리 3ㆍ4호기와 동일 모델(APR-1400)인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원전의 케이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RSCC사 제품은 내년 4월부터 납품이 가능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케이블의 본격적 교체 작업이 그때부터 가능하다는 뜻인데, 이는 정부나 한수원의 작업 일정과는 다른 것이다. 지난 10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월 말이나 12월 말부터 새 케이블 공급업체가 납품을 시작하면 1년 내에 신고리 3호기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나 납품이 시작되면 정부가 밝힌 일정보다 완공시점이 3~4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완공시기가 2014년 아닌 2015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RSCC사가 성능시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EQ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수행했다는 점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제작사와 검증기관이 동일한, 이른바 '셀프 검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안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국내에서도 셀프 검증이 문제가 된 만큼, 국내 공공기관에 의한 재검증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만약 재검증이 실시될 경우 공사 일정이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미국 규제기관에서도 RSCC사의 기기검증을 신뢰하는 것으로 안다"며 제3기관에 별도 검증을 의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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