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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 참여, 재갈 물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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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 참여, 재갈 물리면 안돼"

입력
2013.12.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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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언급한 이후 종교의 정치 참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기독교 불교 천주교 3개 종단 관련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0일 '종교, 한국 정치를 말하다' 집담회(集談會)가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 회의실에서 열렸다. 기독교에서 김영철 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과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불교에서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과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천주교에서 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와 이원영 가톨릭평화공동체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우선 종교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박문수 이사는 "현 정부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온 종교계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원영 대표는 "지극히 종교적인 미사의 강론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논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제는 바람직한 종교계의 정치 참여 방향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종교의 본령인 평화를 주제로 종교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에 입각해 사회현상을 이해하도록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야만 종교계에 덧씌워진 정치적 프레임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웅기 위원장은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서도 같은 부작용을 안은 내성천 개발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 개인보다는 국가재정을 동원해 특정 계층에 혜택을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면서 "종교계가 이처럼 탐욕이 만들어 낸 문제를 짚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선 사무총장은 "사회적 구속에서 자유로운 성직자들이 과감하게 화두를 제시할 수 있도록 각 종단이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실장은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사람들이 종교에 의지하는 성향이 강해지는 만큼 종교계가 정치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정웅기 위원장은 종교계의 역할로 ▲폭넓은 의견 수렴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 ▲청빈과 나눔 등 종교적 가치관을 전파해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심성의 향상 ▲국가가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권력 감시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계 내부에서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종교와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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