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과 백인이 손잡게 했던 타타(넬슨 만델라의 애칭ㆍ아버지라는 뜻의 현지어)는 세상을 떠나며 세계를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소웨토의 FNB 스타디움에서 거행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는 91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70개국 정상이 모였던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을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적대국 수장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처음으로 동석하는 등 만델라의 화해 정신이 오롯이 빛난 자리였다. 전직 국가 수반 10명, 종교 지도자 14명, 국가 사절 86명, 재계ㆍ연예계 인사 75명도 함께 했다.
만델라와 옥고를 함께 치른 민주화 운동 동지 앤드루 음랑게니의 추모사로 시작된 이날 추도식은 오전 11시부터 4시간 동안 거행됐다. 추모 연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니코사자나 들라미니 줌마 남아공 외무장관, 오바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 히피케푸니에 포함바 나미비아 대통령, 프라납 무커지 인도 대통령, 카스트로 대통령 순으로 진행됐으며 제이콥 줌마 남아공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했다. 만델라 손자 4명도 추모사를 낭독했다.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추도식장인 FNB 스타디움 앞에는 먼저 입장하려는 시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장사진을 쳤다. 9만5,000석 규모인 이 경기장은 만델라의 마지막 공식석상이 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폐막식이 열린 곳이다. 오전 6시부터 입장한 추모객들은 만델라가 생전에 불렀던 투쟁가를 합창하는 등 식전부터 분위기를 달궜고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엘리스파크 스타디움 등 인근 경기장 3곳에서 스크린을 통해 추도식을 지켜봤다. 당국은 행사장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보안군 1만5,000명을 투입하며 경호에 나섰다.
전날에는 케이프타운에 있는 의회에서 만델라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칼레마 모틀란테 부통령은 "만델라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꿈과 철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고 의원 19명도 정파 구분 없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정책을 종식시키고 남아공 최초로 민주적 절차를 밟아 대통령에 당선된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11~13일에는 수도 프리토리아의 정부청사 유니온빌딩의 유리관에 만델라의 시신이 안치된다. 사흘 동안 시신은 오전 8시 프리토리아 군병원에서 유니온빌딩 정면에 설치된 구조물로 옮겨져 오후 5시30분까지 공개된다. 당국은 프리토리아 시내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참배객을 위한 투어버스를 운영해 혼잡을 줄일 방침이다.
15일에는 만델라의 고향이자 말년의 거처였던 쿠누에서 장례식이 치러진다. 쿠누에서는 장례식을 위한 가설 행사장 건축이 한창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찰스 영국 왕세자 등이 참석할 장례식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며 시신은 공군의 호위를 받아 항공기 편으로 쿠누로 이동한다. 당국은 물자 수송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장례식 참석자를 5,000명 정도로 제한하기로 했다. 당국은 또 만델라 유족이 시신을 매장할 때는 촬영을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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