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이 생활 필수재로 자리매김한지 10년이 넘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휴대폰을 지니고 있고, 최근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지하철 버스 등에서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세계 1위 정보통신 강국의 면모를 실감할 정도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동통신부문 지출액은 한국이 1위로서, 일반 이용자들은 그 부담 때문에 아우성이다. 그러나 통계자료에 나타난 지출액이 통신요금 지출과 휴대폰 구입비로 구성됐다는 사실과 통신요금이 다른 공공요금과 달리 점진적으로 인하돼 온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불평이 과도한 휴대폰값 부담에서 비롯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급증한 무선데이터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이용량이 많아짐에 따라 요금지출도 증가하는 것에 대해 불평을 터뜨릴 우매한 이용자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 88개국의 이동통신 시장을 조사한 '스트래티지 어날리틱스'(Strategy Analytics) 2013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휴대폰 교체율은 67.8%(교체주기로 환산하면 약 16개월)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이는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휴대폰보조금 지급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최근 고가의 스마트폰이 보편화됨에 따라 그 금액도 커져 가계통신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은 그 수혜자들에게는 일시적 효익(效益)을 가져다 주지만 통신시장에 여러 역효과를 낳고 있다. 첫째는 빈번한 고가 휴대폰의 교체로 자원낭비를 심화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 중저가 휴대폰의 가격경쟁력을 상실시켜 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용자간 차별성이다. 즉 이동통신사들이 소수의 고가요금 신규가입자에게 집중되는 보조금을 모든 이용자들에게서 받는 요금수익으로 보전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왜곡하게 된다. 또 보조금을 받기 위해 상당수 신규가입자들은 불필요한 고가요금제를 선택하고, 휴대폰을 교체하려는 기존 가입자들은 타사업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비용 성격을 가진 휴대폰 보조금은 망 고도화, 서비스 개발, 품질개선 등에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우 사업자의 요금인하 여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혜택이 가입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요금경쟁을 우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들 때문에 정부는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사후적 제재를 가하여 왔으나, 근본적 억제에는 실패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증분 비용이 미미한 통신사업 특성상 가입자 유치에 따른 신규수익의 상당 부분이 공헌이익이어서 가입약정을 조건으로 하는 보조금 지급은 시장점유율 확대의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신규가입에 대한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는데, 이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성숙된 통신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확대 및 이에 따른 장기적 수익기반 마련을 위하여 보조금 수준을 올리는 경우, 나머지 경쟁사들도 점유율 감소를 우려하여 동등한 또는 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 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해결책은 투명성을 전제로 유효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초에 ▦보조금의 투명한 공시 및 부당한 차별금지 ▦이용자들에게 휴대폰보조와 요금할인 중 선택유도 등을 골자로 한 휴대폰 유통시장 건전화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법적 기반은 아직 구축되지 못한 실정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조속한 입법화로 잦은 휴대폰 교체에 따른 자원낭비 및 통신비부담의 완화, 가입자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요금경쟁의 활성화, 그리고 품질개선 및 망고도화 등의 산업발전을 기대해 본다.
강병민 경희대 경영대학 회계 ㆍ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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