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도만능줄기세포(역분화)를 거치지 않고 유전자 조작으로 피부세포를 혈관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특정 조직 세포를 곧바로 다른 조직 세포로 바꾸는 '이형(異形) 분화'로 사람의 혈관세포를 만든 건 세계에서 처음이다.
서울대병원은 10일 "순환기내과 김효수(사진), 한정규 교수팀이 실험용 생쥐의 피부에서 분리한 섬유모세포에 혈관세포를 생성시키는 유전자 5개를 넣어 발현시킨 결과 실험용기에서 혈관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손상된 심혈관을 재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돼 심혈관질환 치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생성된 혈관세포를 다리에 피가 잘 통하지 않도록 만든 실험용 쥐에 주사한 결과 혈류 회복 정도가 2배 가까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특정 조직 세포를 만들어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는 재생의학 분야에서 지금까지는 체세포를 발달 초기 상태인 줄기세포로 만든 다음(역분화)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방식이 주로 연구돼 왔다. 이형분화는 양서류 같은 하등동물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9년 미국 연구진이 이번 연구와 비슷한 방법으로 피부세포를 이형분화시켜 심장근육세포와 신경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뒤 이 가설은 깨졌다.
이형분화는 역분화와 달리 종양(암) 발생 우려가 적고 동물세포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지만, 유전자를 넣을 때 바이러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감염 가능성으로 인해 바이러스를 사용한 세포를 실제 사람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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