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초대를 받았다. 문자로 전해 받은 주소가 '○○마을 ○동 ○호'여서 연립주택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신축된 대단지 아파트였다. 신선했다. 스윗닷홈, 래미안, 힐스테이트 같은 요란한 이름에 피로를 느꼈던 탓일 테다. 그러고 보니 부쩍 우리말로 된 가게 이름이나 동네 이름이 자주 눈에 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발음도 쉽고 뜻도 쉽게 들어오는 이름들. 말에 대한 감각이 변해가는 걸까. 한때는 새로 생겨나는 것마다 영어나 유럽 쪽 언어로 이름을 짓는 게 대세였다. 발음도 뜻도 알쏭달쏭한 로마자 간판들. 혹은 우리말이라도 우리말 같지 않게 비틀어 지은 간판들. 그래야 뭔가 멋있고 세련된 느낌이 났다. 요즘은 이런 '빠다 냄새' 나는 이름이 차라리 촌티를 풍기기 시작한 것 같다. 말에도 복고풍 유행이 있는지 로마자 간판보다 한글 간판에, 어려운 이름보다 쉽고 간결한 이름에 먼저 눈이 가고 손이 가고 발이 간다. 해표, 샘표, 농심 같은 단순한 이름의 상표가 한결 다정하고 멋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말을 억지로 다듬고 지키려는 노력 같은 거, 부질없는 짓 아닐까. 때가 되면 언중의 취향이 알아서 옮아간다. 옛것, 우리 것에서 빛나는 지점을 찾아낼 때가 온다. 얄팍함이 곧 촌스러움임을 알 때가 온다. 겉멋에 들려 섞어 쓰는 별난 말들만큼이나, 거죽만 '순화'된 말들 역시 한철을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언중의 취향이 깊이를 얻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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