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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성택 숙청] 당 실세들 연단 나와 張 성토… 張과 친한 박봉주 눈물 흘리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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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성택 숙청] 당 실세들 연단 나와 張 성토… 張과 친한 박봉주 눈물 흘리며 비판

입력
2013.1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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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그가 가택연금을 당하고 지난 8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사실상의 '인민재판'을 받기까지 전후 상황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장 부위원장의 현장 체포 관련 사진을 보면 장 부위원장은 8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회의장 앞 두 번째 줄에 앉아 비판을 들었다. 모든 직무 해임과 출당ㆍ제명이 결정되자 백지장처럼 굳은 표정으로 군복 차림의 건장한 인민보안원 2명에게 끌려나갔다. 좀더 상급자로 보이는 군복차림 인사가 이를 지휘하는 모습도 보인다. 주변 회의참석자들의 경직된 모습에서 공포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 당 선전담당 비서,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연단에 나와 장 부위원장을 비판했다.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등은 장 부위원장을 비판하기 위해 발언권을 요청하며 손을 든 모습도 포착됐다. 지정 토론자들은 자신의 분야와 관련해 장성택의 죄목을 발표하고, 좌석에 앉은 간부들 역시 발언권을 요청해 장성택을 신랄하게 비판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과 가까웠던 박봉주가 눈물을 흘리면서 비판하는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는 장 부위원장의 혐의 내용이 다 확정된 상황에서 수 백 여명의 당 간부들을 모아두고 벌인 인민재판이나 다름없다. 이로 미뤄볼 때 장 부위원장은 여러 날 동안 가택 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인민보안부의 감시하에 있다가 이날의 정치적 이벤트에 불려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장 부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지난달 7일이었던 만큼 한 달 가량 보안당국의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 부위원장은 당시 일본의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 안토니오 이노끼 전 의원과 공개적 만남을 가졌다. 사실 이때도 장 부위원장을 겨냥한 보안당국의 조사가 면밀하게 이루어지던 때다. 장 부위원장의 측근인 리룡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이 그로부터 20여일 뒤인 11월 하순 체포돼 처형됐기 때문이다. 당시 제한된 인원이 이들의 처형장면을 지켜봤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만해도 장 부위원장의 신변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김정은 체제의 산파역인 동시에 김 제1위원장의 후견인이자 고모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 내에서는 장 부위원장의 징계에 대한 은밀한 작업은 지난달 30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룡해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숙청작업을 주도한 인사들을 대동하고 백두산지구 내 양강도 삼지연군과 김일성주석의 빨치산 시절 유적지인 삼지연혁명 전적지를 방문했다. 여기서 장 부위원장에 대한 제거 방침과 방식이 결정됐을 공산이 높다. 장 부위원장이 정권 2인자의 수준을 넘어 정권을 넘어뜨릴 의도가 있다는 당 수뇌부의 판단도 이 자리에서 내려졌을 공산이 크다.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확정된 '정치국 결정서'에 앞으로는 받드는 척 하면서 뒤로는 딴마음을 품고 있다는 양봉음위(陽奉陰違)의 종파행위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보면 그렇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에 대한 최후의 변이나 자아비판을 거친 듯 하다"며 "처형은 차후 문제다. 장성택은 1급 정치범교화소나 보위부 감호소로 보내지고 당ㆍ정ㆍ군의 직ㆍ간접적 장성택 협조자들에게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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