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가]~[다]를 활용하여, [라]의 '한국의 청년 실업률과 청년 고용률'이 시사하는 바를 해석하고, [마]에 서술된 '바람직한 연구자의 태도'를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40점)
[제시문 가]
많은 역사가들은 역사 서술을 요리 만들기에 비유한다. 음식을 만들 때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다양한 재료와 양념, 그리고 요리사의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같은 역사적 사실에 다른 역사 사료(史料)를 사용한다든지, 같은 역사 사료라고 하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역사가에 따라 역사 기록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카(E. H. Carr)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간의 계속적인 상호 작용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였다. 역사적 사실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역사가가 특정 사건에 자신의 해석을 첨가하여 재구성한 사실을 말한다. 역사가의 해석은 현재의 자기 입장과 가치관의 반영이므로 역사는 과거 사실과 역사가의 해석이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다.
역사가는 사료에 대한 비판과 해석을 거쳐 사실을 확립한다. 사료는 다양한 기록물이나 금석문, 회화, 유물ㆍ유적, 구전 전설, 노래 등의 형태로 전해진다. 그러나 모든 사료들이 역사적 진실만을 전해 주는 것은 아니다. 주관적인 입장에서 서술된 기록이나 후대 사람들에 의해 조작된 기록이 전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역사가는 여러 가지 사료들을 종합하고 비판하여 해석을 하게 된다. 이후 역사가는 역사를 서술하게 되고, 이 서술이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강택수 외(2013), , 더텍스트
[제시문 나]
사람들은 사치와 검소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 구별이 분분하지만, 사치와 검소도 또한 그 분수가 따로 있다. 대개 사치라고 하는 근본 뜻은 아름다운 물건을 숭상하는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아무런 지각도 없이 지나치게 쓰는 것과, 가난하면서도 겉모양을 많이 꾸미는 자의 행실을 비판하는 말이다. 나라 안에서 물건을 만드는 자가 재주와 솜씨를 다하여 아름답게 만들어 낸 여러 가지 물건이 제 분수대로 화려함과 견고함을 아울러 갖추었으면, 이는 그 나라의 물건이 완전하고도 아름다운 경지에 이른 것이며, 또 구매하는 자도 아름다운 물건을 가지게 되어 자기 한 몸이 편리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세간의 공업 기술자들을 근면하게 권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만약 그 값으로 말한다면, 조잡한 물건에 비하여 열 배 또는 백 배에 이르는 물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 가운데 만드는 자나 사는 자들이 모두 아름답고도 깨끗한 종류를 따르게 되기 때문에, 조잡한 것은 처음부터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뿐더러, 물건이 아름답고도 깨끗한 경지에 이르면 나라 안의 재산이 흥왕하게 되어 실업자가 드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사 온다면, 이것이 바로 사치하는 폐단의 근원이 되고, 국민들의 가난도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좋은 물건이 많이 생산되면 이는 사치가 아니라 나라의 큰 복이니, 사치라고 하여도 사치가 아니다. 유길준, '사치와 검소', , 지학사
[제시문 다]
과학적 지식이란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누구나 신뢰할 만하고 타당한 진술을 말한다. 신뢰성과 타당성을 얻으려면 탐구 대상에 대한 경험적 자료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엄격한 규칙과 과정에 따라 수집,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사회ㆍ문화 현상에 대한 과학과 상식 간의 차이는 엄밀하게 정해진 연구 방법을 통해 얻어진 지식인지 아닌지에 있다. 연구 방법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선웅 외(2013), , 금성출판사
[제시문 라]실업률과 고용률의 국제 비교
●가. 실업률(15~64세 기준)과 청년 실업률(15~24세 기준) 국제 비교(2008년, %)
한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 OECD 평균 실업률 3.3 6.2 7.4 7.6 4.2 5.8 5.4 6.0 청년실업률 9.3 11.6 18.1 10.4 7.2 12.8 14.1 12.6
●나. OECD 주요국의 청년 고용률 국제 비교(2008년, %)
한국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OECD 평균 청년고용률 23.8 51.2 41.4 47.2 30.7 56.4 45.9 43.7
※용어 해설
-실업률: 경제 활동 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고용률: 경제 활동 인구와 비경제 활동 인구를 합친 전체 생산 가능 인구 중 취업자의 비중을 의미한다.
-생산 가능 인구: 15세 이상 64세 미만의 인구(단, 군인이나 재소자 제외),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 활동 인구와 그렇지 않은 비경제 활동 인구로 구분
-경제 활동 인구: 취업자 + 실업자
-비경제 활동 인구: 주부나 학생, 구직 단념자 등
[제시문 마]
가치문제와 관련하여 사회학자 막스 베버(M. Weber)는 가치 개입과 가치중립을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사회 조사 과정 중 П?주제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는 연구자의 가치 개입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설명하고자 할 때 연구자는 권력 분립, 선거 제도, 여론, 시민 의식, 자발적 결사체, 사회 불평등 등 다양한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사회 불평등 구조를 연구 주제로 선택한다면, 이는 정치적 요인보다 사회 구조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자의 가치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박선웅 외(2013), , 금성출판사
● 예시 답안한국 청년 고용률 자체가 낮아… 연구자는 가치 중립 유지해야
제시문 (라)의 '가'와 '나'는 각각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 OECD 주요국의 청년 고용률을 국제 비교한 표이다. 먼저 '가'를 살펴보면 한국의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OECD 평균보다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류이다. '나'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년고용률이 OECD 평균보다 절반 가까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 청년의 실업률이 낮은 것은 한국 청년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중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도 수입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라)와 같은 자료를 해석할 때에는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하여 봐야 한다.
제시문 (마)에서 막스 베버는 사회 조사 과정에서 연구자의 가치 개입이 불가피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사회 현상 연구에 있어 연구자는 가치 개입과 가치중립을 적절하게 유지해야한다. 먼저 연구자는 자신이 선택한 연구 주제의 자료들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정당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자료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 자료 수집의 과정에 있어서는 가치중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연구자는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자신의 가치개입으로 인해 연구의 방향이 치우치지 않았는지 비판하여 해석해야 한다. 정현수ㆍ원주 대성고 3학년
●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라] 표 해석에만 치중해 문제가 요구하는 [가][나][다] 활용 없어
어려운 문제다. 짧은 답안에 많은 것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답안도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 문항은 [라]가 시사하는 바를 정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답안은 표를 해석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 자료 분석만 본다면 이 학생의 답안은 충실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라]의 '가'와 '나'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얻은 결과임을 서술하는 것이 관건이다.
[라]를 보면 우리나라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데 고용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용어 해설'을 참고하면 실업률을 계산하는 방식과 고용률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실업률에서는 '비경제 활동 인구'를 포함하지 않지만, 고용률에서는 이를 포함한다. 이 점에서 실업률 통계와 고용률 통계는 조사 목적과 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업률이 높지 않은데, 고용률이 낮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연구자가 '옳고 그름'이라는 절대적 가치만으로 자료를 바라볼 경우 [가]~[다]의 전제와 [라]가 시사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연구자의 관점과 연구 방법에 따라 산출된 자료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둘째, [가], [나], [다]를 활용하지 않았다. 이 요구사항은 [라]의 표가 시사하는 바의 토대를 마련하라는 뜻이다. 제시문 [가]는 카의 역사 관점을 보여 준다. 역사가가 사료 선별 및 해석에서 동시대인 관점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주장한다. 역사가들이 사료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결코 객관적인 관점을 견지할 수도 없다. 그런 과정에서 비판할 것을 비판하고 취해야 될 타당한 관점은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제시문 [나]는 사치와 검소가 물건의 화려함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소한 물건이라도 외국의 것을 소비하면 사치이며 아무리 좋은 물건을 사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면 검소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한다. 제시문 [다]는 과학적 지식의 특징을 밝히고 있다.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은 과학적 지식을 얻기 위해 연구 자료의 선택, 수집, 분석 과정에서 정해진 연구 방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시문들을 볼 때 [라]의 표가 시사하는 바는 어느 한 쪽의 입장만 견지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시각을 도출할 수 있다.
셋째, 이 답안의 뒷부분은 [마]를 응용해 작성한 것인데 '객관적인'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전체적 흐름을 벗어난 것이 아쉽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가치'란 '사물이나 대상이 갖고 있는 쓸모'를 의미한다. [마]에 따르면 막스 베버는 가치 개입과 가치 중립 두 가지가 있음을 주장했다. 특히 연구주제 설정에서 가치개입되간옇떱쳄琯? 연구자가 밝히고자 하는 바에 따라 연구 대상, 연구 방법 결정, 연구 결과의 확보 등이 달라지므로 신뢰성 있고 타당한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론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맺어야 한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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