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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0일] 대권 재도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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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0일] 대권 재도전사

입력
2013.12.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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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최근 "차기 대선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혀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와중이어서, 문 의원이 야권 주도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작심 발언을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논란이 가열되자 문 의원은 "대선 출마를 시사하거나 선언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문 의원의 대권 재도전 행보가 시작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잖다.

■ 우리 정치사에 대권에 재도전한 '대선 재수생'들은 의외로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차 도전으로 뜻을 이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두 번 만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들 외에 대선 본선에 재도전해 성공한 예는 없다. 이회창ㆍ권영길 전 의원이 세 번, 이인제 의원이 두 번 고배를 마셨다. 과거에도 조봉암ㆍ윤보선씨가 두 번 낙선했고, 군소후보 중에서는 허경영ㆍ 신정일씨도 두 번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첫 도전에서 당선된 경우다.

■ 정치인이 향후 구상을 밝히는 건 자연스럽다. 목표를 천명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은 당당하게까지 비친다. 하지만 무소속이 아닌 정당인의 대선 재출마는 문제가 다르다. 대선 패배의 1차 책임은 후보 자신에게 있다. 왜 최다 득표를 못했는지 통렬히 반성한 뒤 이를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 이어 야당이 된 소속 정당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의 평가를 받아야 차후 국민적 지지도 얻을 수 있다.

■ 그간 대권 재도전자들의 성적이 부진했던 것도 시대정신에 맞는 콘텐츠 보완 없이 출마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낙선한 대선 후보자가 차기 선거에서 재도전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소속 정당이 국민 심판을 받은 인사보다는 새로운 이미지로 무장된 정치인으로 승부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데다, 후보자도 다른 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스스로 재출마의 뜻을 접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보스정치나 패거리 문화 잔재가 남아있는 우리 정당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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