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강국의 안정된 사회로 손꼽히는 싱가포르에서 이례적으로 폭동이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등 남아시아계 주민 400여명이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시내의 리틀인디아 거리에서 경찰차를 뒤집고 주변 차량을 불태우는 등 거센 시위를 벌였다.
이번 폭동은 한 인도계 남성(33)이 이날 리틀인디아 거리에서 버스에 치여 사망하면서 촉발됐다고 BBC는 전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남아시아계 군중들이 인도계 남성의 죽음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폭동으로 그 불길이 번졌다는 것이다.
리틀인디아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이민 온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으로, 버스사고가 났던 당시는 휴일 저녁이라 거리에는 여가를 즐기러 나온 남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폭동으로 경찰관 10명과 구조대원 4명 등 18명이 다치고 경찰 차량 5대와 민방위 차량 9대 등이 파손됐다고 BBC는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969년 중국인과 말레이시아인 간 인종갈등으로 벌어진 대규모 폭동을 처음 겪은 이후 대중집회 자체를 제한하는 등 치안유지에 힘써왔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제가 고도화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중이 점차 커져 잦은 시위나 소요 등에 휘말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계 버스기사들이 낮은 임금에 항의하며 파업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자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라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이날 3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즉각 진압하고 주동자 등 2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몽둥이와 돌멩이 등 무기를 소지한 시위대를 엄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형법에 따르면 위험한 무기를 소지한 시위자는 10년 이하의 중형에 처해진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과 파괴적인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번 폭동의) 범인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법이 정한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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