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깨부수는 상파살(相破殺)”
인생의 승패가 얼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얼굴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처럼 사람을 많이 겪는 직업의 종사자들은 얼굴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현재 포지션을 짐작한다.
장맛비가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어느 날 날씨만큼이나 얼굴이 우중충한 쥐띠 신사가 찾아왔다. 그의 표정엔 세상과 사람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인사로 ‘힘드시죠’ 했더니 이어지는 사연이 거의 마라톤이다. 결혼 전까지는 ‘인생은 아름다워’였는데 결혼 후 작은 일부터 하나씩 꼬이더니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안팎으로 불화가 심해져 몇 달 전에는 종손이라서 참고 참았지만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아내와 이혼했다며 무겁고도 긴 한숨을 토해냈다.
신사의 하소연이 끝난 다음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 서둘러 사주를 보니 상파살(相破殺)이 있다. 상파살은 말 그대로 서로를 깨부수는 악연의 살이다. 성격이 비슷한 상충살에 비해 작용력이 떨어진다고 하나 제대로 잘못 엮이면 생각보다 위험한 살이다. 부부간에 상충살이나 상파살이 끼면 싸움이 잦아 이혼도 많이 하고,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함께 살더라도 불행한 일이 줄을 잇는다.
“이혼한 부인이 닭띠였죠?”
“맞습니다.”
쥐띠와 닭띠는 대표적 상파살 커플이다. 물론 쥐띠와 닭띠가 만났다고 해서 다 상파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커플에 비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 신사의 일이 꼬이고 이혼한 것도 상파살 때문이다. 이혼은 불행한 일이지만 길게 보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점괘 이야기가 계속되자 신사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이혼 후부터 걱정한 일은 무사히 넘어가고, 웃을 일도 한두 가지 생겼다며 소리 내어 웃기까지 했다. 편안함고 여유가 넘쳐 조금 전과 180도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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