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해 대선 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찌라시에 나온 내용을 읽은 것"이라고 말했다. 9월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직전 계열사의 주가를 요동치게 한 '회장님 말씀'이라는 제목이 달린 정체불명의 문건 역시 찌라시라는 이름으로 유포됐다. 지난 8월 아나운서 황수경씨 부부는 '파경설'이 찌라시로 나돌자 유포자를 밝혀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찌라시란 도대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령 같은 존재였다. 실체도 경계도 애매하고 모호했다. 한 금융업계 정보맨은 "찌라시라고 하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여러 형태의 보고서일 수도 있고 근거 없이 시중에 떠도는 얘기일 수도 있다. 추적이 어려우니까 책임을 밀어버리기도 좋다"고 말했다.
찌라시에는 우선 파일 형태의 사설 정보지가 있다. 이런 정보지들은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찌라시라는 이름이 연상시키는 은밀한 정보는 별로 없다. 통념에 가까운 찌라시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받은 글'이라는 제목을 달고 뿌려지는 정보들이다. 거기에는 유명인의 사생활처럼 선정적인 내용이 많다. 근거도 출처도 불분명한, 그래서 기사화할 수도 정보로 분류하기도 힘든 '풍문'이 대부분이다. 또 각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하는 정보보고도 있다. 이런 보고는 고급정보일 개연성이 있지만 시중에 나도는 일은 드물다. 정보 속성상 나도는 순간 가치를 잃고, 거꾸로 가치가 떨어질 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찌라시는 허깨비 같은 존재다. 알맹이가 없거나 근거가 없거나.
그 허깨비가 개인의 인생을 위협하기도 하고 시장과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교란하기도 한다. 찌라시의 한 피해자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루머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유명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를 해도 찌라시를 최초로 유포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유령처럼 복제되고 증폭되고 흔적을 지워가며 유통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석희씨는 "찌라시 문제가 불거지면 다 네티즌 탓이라고 한다. 업계에서 초기에 소문을 냈던 사람들은 네티즌 때문에 퍼졌다고 하고 언론도 네티즌 문제를 지적한다. 하지만 네티즌이 누군가. 결국 찌라시를 주고 받는 사람 모두다"라고 말했다. 재미 삼아 혹은 정보력을 과시하기 위해 찌라시를 돌려보는 모두가 허깨비를 무서운 유령으로 만드는 데 동참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유령 뒤에 숨어 남을 음해하고, 이득을 취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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