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여온 특정비밀보호법안이 6일 일본 참의원을 통과했다. 지난달 26일 중의원 가결에 이어 법 제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일본 극우화에 대한 우려도 한층 높아졌다.
일본 참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시행해 찬성 130표, 반대 82표로 가결했다. 전날 참의원 국가안보특위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법안심의를 도중에 중단시키고 기립 표결로 법안을 통과시킨 지 하루 만이다. 이 법은 이달 중 공포되고 공포일로부터 1년 내 시행되지만 일부 조항은 즉각 발효된다.
여당은 야당의 지연작전에 대비해 6일로 끝날 예정인 참의원 회기를 8일까지 이틀 연장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은 강력히 반대했으나 의회의 과반을 점한 자민당ㆍ공명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특정비밀보호법은 간첩행위 등 특정유해활동과 테러활동 방지 등에 대한 사항 중 국가 안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를 각료 및 행정기관의 장이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기, 탄약, 항공기 수량 및 성능, 방위용 암호, 외국 정부와의 중요 협상 내용 등이 포함된다. 특정비밀은 최장 6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특정비밀을 누설하면 최고 징역 10년, 누설을 방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일본 언론은 이 법안이 발효되면 공무원으로부터 특정비밀을 얻은 언론인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으며, 정부와 행정기관이 감추고 싶은 정보를 자의적으로 비밀로 지정할 수 있어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자 2,000여명과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등 영화감독 269명이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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