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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이 추적해 쓴 '빈손의 한인, 격랑의 미국 이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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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이 추적해 쓴 '빈손의 한인, 격랑의 미국 이민사'

입력
2013.12.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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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알려진 1900년대 초 미국 내 한인 1세대들의 행적은 남부 캘리포니아까지가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2013년 현재 200만여명의 재미동포가 뿌리를 내린 미국 땅, 그곳을 향해 1902년 가장 먼저 이민선에 올랐던 미국 이민 선봉대의 발자국은 캘리포니아를 훨씬 지나 네바다, 콜로라도, 유타주 너머까지 찍혀 있다.

재미동포 안형주씨가 자신의 종증조부인 독립운동가 안재창(1873~1963)의 미국 이민사를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 등에 의존해 재구성한 이 책은 비록 한 가족의 생애에 집중하지만 하와이와 미 서부를 벗어나 중부 이상으로 뻗어 나갔던 이민 1세대의 두툼한 역사를 총괄적으로 보여준다. 재미동포들의 독립운동과 이민 관련 자료 2,492점을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할 정도로 안씨는 재미동포사 분야의 방대한 정보와 자료를 갖추고 있다. 책은 안재창의 콜로라도주 덴버 농장을 방문한 이승만 정한경 등 독립운동가들의 기념 사진, 1902년 당시 대한제국의 여권 등 다양한 자료들을 소개하며 독자를 20세기 초 격랑의 한인 이민사로 인도한다.

구한말 경기 양주군 죽산 안씨 집성촌에서 살던 안재창은 쇠잔한 대한제국과 전통사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첫 미국 이민단 102명의 일원으로 1902년 12월 하와이행 이민선 겔릭호에 오른다. 저렴한 수입 노동력이 필요했던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안재창과 일행은 1907년 큰돈을 벌기 위해 이미 '동양인배척동맹'이 활동을 시작한 샌프란시스코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저자는 안재창이 밀입국 혐의를 피하려고 당시 유명 한인인 윤병구 목사와 동행했다고 이민국에 진술한 인터뷰와 샌프란시스코 항일운동단체인 '공립협회' 회원 명단 자료 등을 토대로 안재창의 본토 진출기를 엮어낸다.

이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정원사로 일하고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자작농이 된 안재창은 1920년대 디트로이트에서 식품회사인 '정안회사'를 차리고 '찹수이(잡채)'도매유통업으로 성공한다. 당시 안재창은 이승만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다고 책은 밝힌다. 빈손으로 하와이에 상륙했던 안재창이 재미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회사를 네 번이나 설립할 정도로 자본을 일궈낸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빠르게 읽힌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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