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파문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중국의 일방 조치가 동북아 안정을 해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실화한 중국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한국이나 미국, 일본 모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바이든과의 면담에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못하고 의견교환 수준에 그친 것은 그런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측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제외돼있던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 상공을 KADIZ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어려운 결정이지만 당연한 주권행사다. KADIZ가 처음 획정된 게 1951년이니 무려 60년이 넘도록 이 구역들이 우리 관할 밖에 방치돼 왔다는 것이 오히려 기막히다. 미국은 KADIZ 확대를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주권과 국익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중심을 잡는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확장된 KADIZ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비행정보구역(FIR)을 토대로 한 것이니 정당성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사태에서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미국의 일관성 없는 행동이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CADIZ를 전격 발표하자 미국은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해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도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로 '용인 불가'를 외쳤다. 그런데 지금은 "CADIZ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일방적, 즉각적으로 취해졌다는 것"(헤이글 국방장관) "문제는 CADIZ에 진입한 모든 항공기에 비행통보계획을 강요하는 것"(뎀프시 합참의장) 등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CADIZ를 사실상 수용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미국만 믿던 일본은 당혹감을 넘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래서야 중국을 견제한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동맹국에 얼마나 신뢰를 줄 지 의문이다.
이번 파문이 근본적으로 미중, 중일 간의 파워게임에서 비롯된 만큼 우리가 갈등의 주체인 것처럼 비쳐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외교가 절실히 요구된다. KADIZ를 둘러싼 주변국에 대한 설득이 당장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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