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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고라니 잡으려다, 헉… 사람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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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고라니 잡으려다, 헉… 사람 잡네

입력
2013.12.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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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지난달 24일 오전 한 방의 총성이 경남 사천시 금곡저수지 인근 야산의 허공을 갈랐다. 이 곳은 환경부가 승인한 수렵장이지만 탄환에 맞아 숨진 것은 동물이 아닌 엽사 김모(46)씨. 일행 정모(52)씨가 넘어지면서 엽총에 장전된 탄환이 발사된 것이다. 수렵면허도 없이 김씨의 엽총을 빌려 사냥에 나섰던 정씨는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유해야생조수를 포획하기 위해 설정한 수렵장에서 잇따라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허술한 수렵장 관리와 자질이 부족한 엽사들이 원인으로 지목돼 수렵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5일 환경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전국 21개 수렵장이 개장한 이후 한 달 만에 엽총 사고로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개장 초기지만 벌써 2011년(2명 사망ㆍ3명 부상), 2012년(2명 사망ㆍ7명 부상)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수렵기간이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4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사상자 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할 수도 있다.

수렵장 인근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강원 양구군과 횡성군, 경북 성주군의 부상자 4명은 대낮에 밭일 등을 하던 주민들이다. 더덕을 캐러 나갔다가 경북 청송군 부남면의 한 야산 흙구덩이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모(46)씨는 온 몸에 총상을 입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총기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렵장이 올해 유독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올해 수렵장은 20개 기초자치단체와 제주도에 설정됐다. 총 면적은 1만1,950㎢로 지난해(1만6,859㎢)보다 오히려 30% 정도 줄었다. 사고를 우려한 충청권 지자체들이 수렵장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렵장과 엽사 관리의 부실이다. 지자체 한곳 당 관리해야 하는 수렵장 면적은 여의도(8.4㎢) 수십 배에 달한다. 읍ㆍ면별 10여명으로는 안내 표지판과 현수막 정도만 설치할 뿐 수렵장 출입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엽사들이 수렵 면허가 없는 일행과 무단으로 수렵장에 들어가도 통제가 안 되는 실정이다.

수렵 전문가들은 '땡포'(사격술이 부족한 엽사를 지칭하는 수렵계 은어)들도 화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엽총 탄환은 작은 쇠구슬 수십 개를 퍼뜨리는 산탄(霰彈)이라 살상반경이 넓어 이동하는 표적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데 땡포들은 부스럭 소리만 들려도 일단 쏘고 나서 무엇이 죽었는지 확인하는 식의 마구잡이 수렵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렵장 지리에 어두운 타 지역 엽사들도 피해를 키우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까지 전국 지자체가 발급한 제1종 수렵면허(총기 사용) 소지자는 약 3만5,000명. 그러나 수렵면허 시험때 정작 중요한 실기시험을 치르는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필기시험이 원칙이고 실기는 필요할 경우 추가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 때문이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인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클레이사격처럼 이동 표적을 맞추는 실기시험을 강제화하고, 주기적으로 총기 관리능력과 사격실력을 점검해야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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