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전에서 맞붙었다. 연임을 노리는 현 위원장에 맞서 외환은행 노조가 일찌감치 후보를 정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거들어도 모자랄 하나은행 노조가 후보를 낸 것이다.
양측의 대결은 일촉즉발 분위기다. 외환 노조는 연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맹비난하며 하나은행을 압박하고 있고, 하나 노조는 "외환이 선거로 사적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반박했다. 전력투구해야 할 판에 집안 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합원 10만명을 거느린 37개 금융기관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가 차기 위원장을 17일 선출한다.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이 한 조로 선거에 나서며 현재 4팀이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다.
후보 등록이 있기 전 지난달 초까지는 김문호 현 위원장 대 반(反) 김문호파 대결로 관심이 모아졌다. 반 김문호파의 대표주자는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기철 후보였다. 김 후보는 이번 출마를 위해 지난달 7일 치러진 외환은행 차기 노조위원장(임기 내년 1월부터) 선거에도 불참하며 일찌감치 준비를 해왔다.
특히 김 후보는 과거 대주주인 론스타와의 투쟁을 이끌어 왔고 외환은행 무기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 낸 저력도 있다. 노조원이 1만7,500명으로 가장 많은 KB국민은행 출신인 정덕봉 조합원을 수석부위원장으로 내세웠고, 사무처장으로는 최정근(NH농협) 조합원을 영입했다. 그 사이 김문호 현 위원장은 수석부위원장이 사퇴하며 리더십 부재를 드러내는 등 판세가 김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렀다.
하지만 외환 노조는 현재 비상이 걸렸다. 같은 하나금융 계열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이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달 19일 전격 후보등록을 한 것이다. 통합후보로 김문호 위원장과 대결하겠다는 당초 계산이 어그러진 것이다.
김창근 후보는 은행권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노조위원장으로, 임기가 2년이나 남아있고 그간 금융노조 운영에 반대해 징계를 받는 등 금융노조 집행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불출마 가능성이 높았던 게 사실. 공교롭게도 김창근 후보도 국민은행과 농협 출신 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영입해 외환 진영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췄다.
게다가 현 위원장 역시 세를 불리고 있다.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데다 함께 금융노조를 이끌어온 성낙조씨가 지난달 22일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외환 노조는 "하나 노조가 후보를 내놓는 바람에 선거가 힘들어졌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외환 출신이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되면 하나금융 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표를 갉아먹기 위해 하나 노조가 후보를 냈다는 게 외환 노조의 생각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외환 노조가 최근 김승유 전 회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금융당국에 낸 것도 이번 금융노조위원장 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하나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하나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낸 후보가 현 위원장에 맞설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특정 지부의 이익이나 다른 목적 때문이 아니라 37개 지부의 뜻을 아우르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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