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가 자국 경제수역을 북극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미 북극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북극해 연안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북극해 군사기지를 재건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며 북극해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재차 공언해 긴장을 높였다.
캐나다 "북극은 우리 영역"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4일(현지시간) 캐나다 정부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북극해 경제수역 확장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시한인 6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스티븐 하퍼 총리가 신청서 초안을 검토한 뒤 북극이 경제수역에 포함되도록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리는 "이번 신청서 제출은 우리가 요구하는 경제수역의 윤곽을 보여주는 예비 단계이며 추후 신청서를 추가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객관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북극 영유권을 우선적으로 주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북극해 연안국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370㎞)를 인정받고 있는 캐나다는 북극해 영유권 확대를 위해 자국 대륙붕 상황을 조사해왔다. 깊이 200m 이하의 해저를 뜻하는 대륙붕은 영토의 연장으로 인정돼 이를 근거로 EEZ를 최장 350해리까지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CLCS는 유엔해양법협약 가입국을 상대로 대륙붕 한계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기구다.
러시아는 앞서 2007년 북극을 영해로 선언했다. 러시아는 자국 대륙붕이 북극점 부근 해저산맥인 로모노소프해령(海嶺)과 연결돼 있다는 주장을 CLCS가 받아들이지 않자 그해 로모노소프해령에 국기를 꽂는 시위를 벌이며 북극 영유권을 주장했다. 자치령 그린란드가 북극에 가까운 덴마크 역시 캐나다의 조치에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CLCS는 영유권 분쟁이 있을 경우 관련국 협상에 맡기기 때문에 향후 이들 국가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북극해에서 영향력 확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수도 모스크바의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극해는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이자 국방의 요충지"라며 "북극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해 영유권의 위협 요소로 미국을 들면서 "미국과 갈등을 빚을 생각은 없지만 미군 잠수함이 미사일을 장착하고 거기(북극해)에 있다는 건 사실"이라며 "미사일이 (러시아 영해인) 바렌츠해에서 모스크바까지 도달하는데 15분이면 족하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푸틴이 환경 보호를 위해 북극해 연안국들이 영유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학생의 주장에 화를 내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북극해 자원 개발 및 관할권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러시아는 최근 구소련 해체와 함께 폐쇄됐던 북극해 동부 노보시비르스키 제도의 군사기지 재건에 착수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북극해 주둔 함대 창설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ㆍ가스 매장지를 중심으로 연안국 간 영유권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무력 시위를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극해에는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13%, 가스 매장량의 30%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거리로 잇는 북극해 북동항로를 관리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어온 러시아는 최근 캐나다 관할권의 북서항로가 본격 개발되고 있는 데에도 경계심을 비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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