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9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의지를 공식화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TPP 참여국가인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 지었다. TPP도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협정이란 점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FTA이다.
여기서 몇 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어차피 TPP에 참여할 거라면 굳이 호주와 FTA를 따로 맺을 이유가 있는지, 만약 TPP와 FTA가 모두 완성된다면 앞으로 호주와 교역에서 어떤 것이 우선하는지 등이 관심거리다.
이미 FTA를 체결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처럼 FTA를 맺지 않은 나라와는 TPP로 무역관계가 정해지겠지만, TPP 참여국 상당수는 우리나라와 이미 FTA를 맺었거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TPP 참가선언 후에도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도 FTA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TPP와 FTA가 함께 발효된 상태라면, 기업 입장에선 더 유리한 조항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유권해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어떤 나라와 FTA를 맺고 그 나라와 TPP에도 함께 참여했는데 FTA는 관세철폐기간을 5년으로 정했고 TPP에선 7년으로 정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수출 기업들은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조항을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은 FTA 쪽 규정을 원하고, 상대국 거래파트너는 TPP 규정을 선호할 경우 마찰소지는 있다.
'모든 상품의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내걸고 있는 TPP의 개방수준이 실제로 어느 정도가 될지, 개별 FTA보다 개방강도가 강할지 약할지는 예단키 힘든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FTA 효력이 TPP 체결로 인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별 FTA와 TPP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TPP 협상이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에 정부도 좀 더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가 유리할지 TPP가 유리할지, 어느 쪽에 좀더 집중해야 할지 등은 TPP 협정문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선 예비양자협의를 통해 관련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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