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우리나라의 제7위 교역 상대국(작년 기준)이다. 수출액은 92억6,900만달러, 수입액은 229억7,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석유제품, IT기기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지만, 자원부국 호주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자원이 워낙 많아 해마다 100억달러 안팎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를 비롯한 낙농품도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
5일 사실상 타결된 한ㆍ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업계의 반응에서도 이런 특성이 묻어나 있다. 한ㆍ호주 FTA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관세 즉시철폐 ▦쇠고기 15년 관세철폐 양허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 포함 등 세 가지인데, 자동차업계나 에너지업계는 기대감을 표했지만, 농축수산업계는 "밀실 협상"이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의 호주수출품목 1위(비중 22.8%)인 자동차 부문에서 5% 관세 즉시철폐는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자동차시장은 사실상 일본의 앞마당이다. 도요타가 20% 이상이고, 전체 일본브랜드의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현대ㆍ기아차가 올해 11월까지 약 12만대를 판매하는 등 11%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FTA체결로 시장확대의 큰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협력실장은 "일본업체들은 호주와 FTA가 체결된 태국에서 생산한 차를 수출하고 있다"며 "국산 자동차의 품질 수준이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서 관세 철폐로 가격이 인하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강, 에너지 업종도 수혜 분야로 꼽힌다. 호주가 철광석과 석탄의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수입단가가 인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주가 그동안 줄기차게 반대해 왔던 ISD 조항이 결국 반영된 것도 긍정적인 결과다. ISD는 일반적으로 해외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에 유리한데,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및 제조업 기업이 호주에 다수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선 독소조항이라고 지적됐던 ISD가 이번에는 반대가 된 셈이다.
또 스마트폰이나 TV 등 전자제품 수출도 5% 정도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농축수산물, 그 중에서도 쇠고기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 분야에서 27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봤는데, 관세장벽이 철폐되면 무역역조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호주와의 FTA로 시장이 완전 개방될 경우 발생하는 피해의 90% 정도는 쇠고기의 낙농품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게 되는 쪽은 국내 한우농가다.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 관세는 매년 2~3%씩 단계적으로 낮춰 15년 차에 완전히 철폐된다. 2015년에 FTA가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쯤 현재 40% 정도의 쇠고기 수입 관세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쇠고기와 낙농품은 한미 FTA보다 더 보수적인, 더 좋은 조건으로 막아냈다"고 강조했지만, 국내 한우농가가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한우가격은 과거 5개년도 평균보다 11%, 송아지는 31%가량 하락했다. 여기에다 호주산 쇠고기마저 무관세로 수입되면 한우 가격은 더욱더 하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한ㆍ호주 FTA가 체결되면 국내 축산 농가의 생존기반이 무너진다"며 "최종 타결되면 대정부 투쟁은 물론, 동조한 국회의원에 맞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한우협회도 "밀실에서 진행하고 급박하게 발표된 한ㆍ호주 FTA에 한우농가는 피눈물로 절규한다"며 "정부가 한ㆍ미 FTA로 인해 가시화된 피해에 대한 직불금도 주지 않으려고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한ㆍ호주 FTA 체결은 절대로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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