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불법 유출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모 행정관에게 정보 조회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안전행정부 국장급 공무원 김모씨가 청와대에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혼외아들 의혹을 꺼내 들었다는 '기획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일 청와대는 개인정보 불법유출을 조 행정관의 '일탈행위'로 규정했지만, 조회를 부탁했다는 김씨가 지난해부터 정보 조회 직전인 올 5월까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는 등 조 행정관과 함께 청와대에 근무한 것이 알려지면서 해명은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가 누구의 지시로 조 행정관에게 정보조회를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조회 요청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총무비서관실→서초구청 순으로 전달됐다면,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의혹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보 요청이 이뤄진 6월 안행부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재직 중이었던 김씨가 채군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가지고 있을 이유나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의 윗선에 또 다른 지시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안팎에서는 혼외아들 의혹이 처음 보도된 시점부터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이 조선일보에 정보를 넘긴 배후로 지목됐고, 시민단체들은 곽 수석을 개인정보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최근에는 채 전 총장이 임명되기 전 이미 민정수석실이 혼외아들 의혹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도 인사검증 당시 문제삼지 않다가, 검찰이 6월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하자 혼외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혹만 무성하던 청와대 기획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는 청와대를 직접 겨냥할 공산이 커졌다. 검찰은 3일 조 행정관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문자메시지 송수신내역 분석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민정수석실의 누군가가 안행부로 옮겨간 김씨에게 우회적 조회를 요청했을 가능성과 조 행정관이 다른 지시자를 감추기 위해 김씨를 거론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결국 조 행정관이나 김씨가 어떻게 채군의 정보를 확보했는지 파악하는 것에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 김씨는 "조회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 긋기'에 나선 청와대의 발표에 일선 검찰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날 수사라인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새 총장 취임 이틀 만에 검찰이 또 독립성 판단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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