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함께 검찰 조직의 핵심 인력인 수사관들이 다른 사정기관이나 로펌, 대기업 등으로 줄줄이 빠져 나가고 있다. 특히 검찰을 떠나는 수사관들이 대부분 업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이들이어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해양경찰청은 이달 2일 외부인력 특별채용을 통해 검찰 수사관 3명을 중간간부로 선발했다. 행정고시 출신의 검찰 사무관이 경정으로 특채됐고,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출신의 수사관과 지방검찰청 수사관이 경감 특채로 선발됐다. 외부기관으로 수사관 3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검찰 내에서도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경을 한 수 아래로 보던 검찰 수뇌부 입장에서는 수사관들의 이직 소식에 더욱 놀라는 분위기다. 해경뿐만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소속 7급 수사관이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수사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 출신 검찰 수사관이 2억원대의 연봉을 받고 대형 법무법인으로 갔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도 10명 이상의 검찰 수사관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서 핵심보직인 인사와 정보, 수사 파트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사는 연봉이 3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사관들의 대기업 행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그룹을 비롯해 4,5개 대기업으로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보장 받고 현직 수사관들 서너 명이 이직했다.
수사관들이 줄줄이 떠나는 이유로는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열악한 데다 미래가 불투명한 점이 꼽힌다. 수사관들이 검사의 손발 역할을 하며 일 처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경우도 많지만, 검사가 모든 권한을 장악하고 있어 조직에 애정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전직 검찰수사관은 "다른 정부기관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권한도 커지고 명예도 생기는데, 검사가 아닌 검찰 일반직은 승진을 해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수사관은 "검찰 조직은 검사들 세상 아니냐. 다른 기관으로 옮기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훨씬 많기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유혹도 큰 요인이다.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옮기면 연봉이 3배에서 최대 7,8배까지 오르기 때문에 우수한 수사관으로 소문이 나면 항상 스카우트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수사관들의 이직이 늘면서 검찰의 수사정보나 수사기법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수사관을 영입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회만 되면 미련 없이 조직을 떠날 수사관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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