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나돌고 있는 북한의 향후 내부정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는 흐름이지만 영향을 미칠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인 관심은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의 거취문제다. 특히 김경희는 수년 전부터 건강 이상설, 위독설이 나돌고 있다. 김경희의 영향력은 그의 핏줄에서 기인한다. 이른바 '백두혈통'이다. 김경희는 과거 김정일의 여동생으로서, 지금은 김정은이 가장 의지하는 멘토로서 특유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북한 3대 세습체제에서 혈통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설령 장성택이 없다 해도 김경희의 발언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김경희마저 무대에서 사라진다면 김정은 후견인 그룹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 결과 김정은 주변의 권력지형은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 김정은 체제 들어 전면에 등장한 호위그룹이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김경희의 신변이상은 체제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군부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군부는 온건 개혁파인 장성택과 대척점에 있던 터라 장성택의 퇴장으로 활동 공간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지난 2년간 군부 인사 절반 정도를 물갈이하는 인적 개편으로 군부를 장악했지만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해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 사후 집단지도체제 성격을 벗어나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군부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추진하는 북한식 개혁ㆍ개방의 성패도 체제 안정화와 연관돼 있다. 2002년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가 군부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반대로 좌절된 경험도 있다. 내년 1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한이 언제든 도발카드를 꺼낼 수 있는 점도 개혁ㆍ개방의 걸림돌이다. 박봉주 내각 총리 등 경제 사령탑이 아직은 건재하지만 대부분 장성택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의 거취도 변수다. 개혁ㆍ개방이 삐걱대면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은 노선에서 밀린 게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ㆍ개방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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