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매체들은 실각설이 제기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자 1면에서 '우리식 대규모 축산기지 건설의 돌파구를 열어놓았다'는 제목의 글을 싣고 강원도 세포등판의 축산단지를 선전하는 등 최근 부쩍 잦아진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흐름을 이어갔지만 권력의 지각변동을 유추해 볼만한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안보당국이 파악한 장성택 측근들의 공개 처형 시점은 11월 하순. 이 기간 눈에 띄는 북한 언론 보도는 지난달 21일 "전국에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경제개발구 13곳을 지정했다"는 내용 정도. 각종 사회단체를 동원해 남한 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거나 미국 비핵화 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핵 보유 정당성을 강조하는 보도도 수위 면에서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 실각설은 남측이 첩보를 토대로 밝힌 내용인데다 북한 매체가 그 동안 필요에 따라 고위급 인사의 신상 변화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침묵이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설령 신상 보도를 하더라도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 게 북한 언론의 관행이다. 예를 들어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은 지난해 사실상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도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 신병관계로 리영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홍석형 전 당 경제담당 비서도 2011년 6월 "그를 조동(전보)과 관련해 당 중앙위원회 비서직에서 소환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는데, 실상은 홍석형이 중국식 경제개방을 강력히 주장했다가 좌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숙청설 혹은 처형설이 나도는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나 박남기 전 당 계획재정부장처럼 거취에 관해 일절 보도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이날 노동신문에 "혁명적 신념은 목숨보다 귀중하다"는 장문의 글이 게재된 게 장성택 실각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문은 "우리 당과 인민을 이끄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이것이야말로 오늘 우리 인민들 모두의 혁명적 신념을 억년 드놀지(흔들리지) 않게 받들어주는 초석"이라고 말했다. 전날 "북한이 사상 교양을 통해 내부 동요를 차단하려 부심하고 있다"는 안보당국의 발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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