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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감사"

입력
2013.12.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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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 간호사를 키워내는 디딤돌 쌓기도 이쯤이면 내려놓아야지…

나 이제 여전히 숱한 생명이 위태로운 아프리카 오지로 되돌아간다"

미국인 메리 수 메이킨(Mary Sue Makin) 한남대 간호학과 교수.

그가 4일 이 대학 김형태 총장에게 '아주 특별한 이별여행'을 전했다.

그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퇴임한다. 그리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아니 그 곳으로 회귀한다. 돌아가는 지점은 말라위. 그가 한남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 20년 동안 여성 질병 퇴치를 위해 의료봉사에 몰두했던 곳이다.

메이킨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를 나와 산부인과 전문의로 나선 지 2년만에 '안정된 의사'생활을 접었다. 1989년부터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극빈층 임산부와 신생아를 돌보는 봉사인생을 열었다. 이어 1998년부터 아프리카의 오지로 꼽히는 말라위에서 두 번째 봉사무대를 차렸다. 뮬란제병원에 몸담으며 현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예방과 치료에 헌신했다.

그의 이런 치열한 삶은 지구 반대편 한국 땅, 한남대와 뜻밖의 '선한 인연'으로 피어났다. 한남대는 설립 주역인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 초대 학장의 창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4년부터 해마다 '인돈문화상'을 시상하고 있다. 국내외 교육, 사회봉사, 선교 등 분야에서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를 가려 뽑고 있다. 메이킨 교수는 2009년 미국 장로교단의 추천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목사의 딸이자 독실한 장로교 신자이다.

때마침 국제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간호학과 신설에 나선 한남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남대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영어 강의 및 해외자매대학 연수프로그램 운영 등에도 제격인 메이킨이 절실했다. 특히'올곧은 나눔'으로 반생을 바친 메이킨의 궤적이 김 총장을 잡아챘다.

독신인 메이킨 교수는 2010년부터 한남대에서 예상대로 열정을 쏟아냈다. 한남대가 특성화한 해외 간호사 취업 준비도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어느새 4년이 흐르고, 메이킨 교수는 정년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닥뜨렸다. 한남대는 고민에 빠졌다. 명예교수직을 다시 제안하며 동행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결단을 내렸다.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다. 다시 말라위로 돌아가겠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벌어지고 있다"며 "숱한 임산부와 신생아들이 사소한 질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그만 의료 지식과 시설만 있어도 막을 수 있는 죽음이 그 곳엔 여전히 널려있다"며"내가 돌아가야할 그 자리에서 예전처럼 약자를 보듬으며 여생을 맞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날 김형태 총장으로부터 이별의 징표인 감사패를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최정복기자 c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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