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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에 버무린 사랑·가족·인생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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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에 버무린 사랑·가족·인생의 의미

입력
2013.12.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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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웃음을 터트리는 해사한 남녀의 얼굴이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다. 언뜻 보면 좀 뻔한 영화 같다. 삭풍이 옆구리를 강타하는 계절을 노린 얄팍한 기획영화 같다고 할까. 주인공은 귀여운 외모가 인상적인 레이첼 맥아덤스. '어바웃 타임'은 낯익은 배우 한 명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선 그만그만한 로맨틱 코미디로 의심받을 만하다. 과연 그럴까.

선입견과 달리 '어바웃 타임'은 특별하다. 웬만한 (여성) 관객이라면 이 영화와 금세 사랑에 빠질 것이다. 봄바람처럼 산들거리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낭만을 부르고 부자의 따스한 사연이 가슴을 데운다.

제작사부터 남다르다. 영국의 워킹 타이틀.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불리는 곳이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과 '노팅힐'(1999), '러브 액츄얼리'(2003) 등으로 명성을 쌓았다. 감독은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과 연출을 겸했던 리처드 커티스다. 진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스물 한 살이 되면서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남자 팀(돔놀 글리슨)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팀이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집안대대로 내려온 유별난 능력을 전해 들으면서 모험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가 출발선에 선다. 시간여행이라니 입에 선 과학용어가 무시로 등장하는 '공상과학 로맨틱 코믹 스릴러'쯤으로 보면 오산이다. 팀의 시간여행 방법은 단순하다. 옷장 등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두 주먹을 쥔 채 원하는 과거를 생각하면 몸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여행이란 낯선 소재를 우스개로 풀어내는 재치가 유쾌하다.

팀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사랑을 위해 쓰기로 한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어리숙한 고백을 했다가 후회가 밀려오자 과거로 돌아가 근사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식이다(그렇다고 짝사랑이 이뤄지진 않는다). 런던에서 변호사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팀은 시간여행 덕분에 운명의 여인 매리(레이첼 맥아덤스)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이루게 된다.

낭만의 도시 런던에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고색창연한 건물 사이를 어두운 조명 아래 한가로이 거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달착지근한 감정을 자아낸다. 폭우 속에서 치러지는 결혼식 피로연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사람들의 짜증과 웃음이 뒤섞인 한바탕 소동이 묘하게도 남녀 주인공 생애 최고의 날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낸다.

'시간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달콤한 사랑에만 매이지 않는다. 시간을 매개로 사랑과 인생과 가족의 의미를 탐색한다. 요컨대 낭만에 기대 삶을 성찰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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