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윤 모씨는 매번 재고 조사를 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한다. 비슷한 맛의 두 개 제품이 왜 어떤 것은 잘 팔리고 어떤 것은 팔리지 않는지 의문이 드는 것. 윤 씨는 “늘 같은 시기에 A사와 B사의 ‘매운 라면’을 들여온다. A사 것은 ‘빨간색’으로 이미지화 돼있고, B사 것은 매운 맛이지만 ‘하얀색’을 떠오르게 한다. A사 라면이 3일도 안 돼 바닥나는 것에 비하면 B사 라면의 판매량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고 전한다.
작은 슈퍼마켓 내에서도 이처럼 제품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분명 빨간색의 A라면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A라면이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또한 B라면은 어떤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것일까?
현직 유명 마케터가 저술한 (아템포 펴냄, 조현준 지음)은 이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책에 따르면 A라면과 B라면이 소비자에게 주는 임팩트 수준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 대부분은 빨간색이다. 인류의 주식이었던 고기, 과일 등이 거의 빨간색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매운 라면이더라도 포지셔닝이 더 확실히 된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다.
는 이처럼 ‘소비자의 행동’에 주목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알아야 할 놀라운 마케팅 비법을 제시, ‘더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자 조현준의 말에 따르면, 소비자 행동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뇌과학’이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정확하지만 느린 이성적 판단보다는 부정확하지만 빠른 감정적 판단을 우선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감성의 뇌에 따른 (불합리한) 상품 구매를 하고 이성의 뇌로 그 행위를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늘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어려운 것이라든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마케팅이 실패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을까? 에서는 이를 ‘3에지(edge) 임팩트’로 소개하고 있다. 위에서 다룬 빨간색 라면의 사례도 여기에 대입해 생각한 것이다. ‘감정의 뇌’를 움직이는 3가지 절대동기(경쟁 승리 동기, 새로움 추구 동기, 위험 회피 동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파워에지, 뉴에지, 리스크에지(이를 3에지라 한다)로 소비자를 자극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저자는 “스포츠카 같은 ‘파워에지’를, 패션 및 오락 상품과 같은 ‘뉴에지’를, 보험과 같은 ‘리스크에지’를 이용한 마케팅이 이루어질 때 소비자 속 ‘진짜 나’를 깨우는 것은 물론, 소비 시장이 활성화되고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한 소비’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많은 기업, 자영업자들에게 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 마케팅부에 근무하는 오 모씨는 “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비자 심리를 밝히고 있어 좋다”며 “이처럼 똑똑한 마케팅 법칙을 시장에 적용한다면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경제 불황으로 파는 이와 사는 이의 거리가 멀어진 가운데,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가 이들 사이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나갈지 기대된다.
한편 이 책의 저자 조현준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SK텔레콤 마케팅 부문에 입사해 TTL Ting으로 2002년 ‘대한민국 마케팅 대상’을 수상했다.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를 저술, 지금까지의 마케팅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소비 심리를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정리해 주목 받고 있다. 포춘코리아 온라인팀 안재후 기자 anjaehoo@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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