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3일 오후 돌연 '장성택 실각설'을 공개한 배경을 두고 갖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여야 당 대표ㆍ원내대표 간 이틀째 4자 회동이 열려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특검ㆍ특위' 도입 협상이 급진전되던 차였다. 때문에 관련 정보의 실체와 무관하게 국정원이 조직의 이해득실에 따른 '타이밍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와 직결된 메가톤급 정보를 터뜨린 시점에 우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특검과 특위 다 국정원과 관련돼 있는 게 뻔한데 이 사람들은 물타기의 귀신"이라고 혀를 찼다. 다른 국회 정보위원도 "장성택 측근 공개처형이 사실이라면 정보를 보름간 놔둔 것인데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4자 회동에서 국정원 개혁특위와 관련해 여야 접점이 모아졌고 특검 문제로 쟁점이 좁혀졌던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국정원이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장성택 실각설이 불거지면서 언론에서 국정원 특위나 특검 이슈는 축소되는 분위기다. 앞서 국정원은 8월에도 야당과 시민사회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촛불집회가 커지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전격 압수수색해 의심을 샀다.
국정원이 예산확보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북한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규모 숙청 등 권력 내부투쟁에 따른 불안정한 북한 정세가 심화될수록 국가정보기관의 능력은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호적 여론을 겨냥한 '기획 폭로'라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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