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 불법 조회 및 유출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굳어지면서 검찰이 청와대를 겨냥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규명을 위해 청와대 인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3일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의 조모 행정관은 지난 6월 11일 오후 4시쯤 채군의 이름과 본적, 주민등록번호를 조 국장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국장은 6월 13일 조 행정관이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자 '밥 한번 먹자'고 답하는 등 두 사람은 모두 6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조 행정관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국장의 진술이 워낙 구체적이라 조 국장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조 국장은 이날 한국일보 기자를 만나서도 거듭 "채군의 등록부 조회를 부탁한 사람은 조 행정관이 맞다"며 당시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복원된 휴대폰 문자메시지 기록을 보고 조 행정관이 부탁했던 사실이 기억났다"고 전했다.
조 국장은 조 행정관과의 관계에 대해 "서울시에서 일하던 후배를 통해서 알게 됐으며 1년에 한두 번, 모두 4번 정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록부 조회 요청과 관련해서는 문자만 주고 받았고,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으며 공문을 따로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그러나 채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의심 받는 아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조 행정관의 고향과 채군의 본적이 같은 경북 지역에서 채군이 조 행정관의 조카나 가까운 친척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조 행정관이 당시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서류 작성에 급하게 필요해서 부탁하는 줄 알았다.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 국장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조 행정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채군의 개인정보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필요는 전혀 없다. 정치권에서는 조 행정관이 누군가로부터 채군의 개인정보를 건네 받고 조 국장에게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정관이 참석하는 특정 모임에서 윗사람의 부탁을 받았거나, 상관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나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검찰이 윗선을 밝히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청와대와 각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2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검찰의 독립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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