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을 호령했던 기합 소리는 여전했다. 무릎은 테이핑 투성인데다 숨을 가쁘게 몰아 쉬었다. 힘든 내색이 역력했지만 샅바를 잡는 순간 승부욕은 불타올랐다. 50세의 나이에도 현역 시절 주특기인 뒤집기를 선보이는 한편 추억의 람바다 댄스로 흥을 돋구었다.
왕년의 씨름 스타들이 3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3 씨름 왕중왕전 씨름스타대제전에서 화끈한 한판 대결을 펼쳤다. 포문은 1980년대 씨름계를 이끌었던 '오뚝이 장사' 손상주(51ㆍ대한씨름협회 전무이사)와 '털보' 이승삼(52ㆍ창원시청 감독)의 맞대결로 열었다.
총 16차례 장사에 등극한 손상주는 경기 전 "(이)승삼이 형은 장사 등극을 세 차례만 하지 않았나"며 자극했고, 이에 이 감독은 "사업을 하다 온 사람에게 질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첫 판은 손상주가 뒷무릎치기로 가볍게 따내고 포효했다. 이승삼은 두 번째 판에서 전매특허인 뒤집기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세 번째 판에서도 오금당기기로 승리를 따내 2-1로 이겼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중계방송 마이크를 잡은 이만기(50) 인제대 교수는 "운동을 안 해 이제 몸이 근질근질하지도 않다"며 웃어 보인 뒤 "(이)승삼이 형이 넘기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펼쳐진 역대장사 대결에서는 '모래판의 람바다' 박광덕(41)이 황대웅(43)을 2-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박광덕은 승리를 거두고 특유의 람바다 댄스를 선보여 웃음을 선사했다. 모래판을 떠난 지 13년이 흘렀지만 허리 놀림은 예전 그대로였다.
박광덕은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오랜 만에 모래판 위에 서니까 감회가 새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승부조작 사건 이후 씨름의 공식적인 첫 대회인데 설렁설렁 하는 모습보다 정말 제대로 당기는 경기를 하자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 또 분위기를 띄우고자 안 돌아가는 허리로 람바다 춤을 췄다"고 설명했다.
추억의 스타들과 현역 선수들이 청룡팀과 백호팀으로 나눠 단체전을 펼친 결과 백호팀이 8-6으로 이겼다. 대회 최우수선수는 김향식(용인백옥쌀)이 선정됐다.
한편 대회 개회식 전에 심판 및 임원, 선수 등 씨름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승부조작 자정 결의 대회를 열었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한번 더 승부조작 같은 일이 일어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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