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처리될 뻔했던 살인 사건의 진범이 공소시효(15년) 만료를 불과 25일 남기고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강력계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한 혐의로 신모(58)씨와 내연남 채모(63)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1998년 12월 20일 오후 10시쯤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서 강모(당시 48세)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1년 전 이혼한 강씨를 살해하고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채씨와 모의한 뒤 강씨를 범행 장소 인근 식당으로 불러내 술을 마셨다. “이혼 5년 전부터 만나던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강씨는 만취했고, 신씨의 차에 탔다가 뒷좌석에서 채씨가 휘두른 둔기에 얼굴과 머리를 수 차례 맞고 숨졌다. 신씨와 채씨는 숨진 강씨를 운전석으로 옮긴 뒤 차를 내리막길로 밀어 사고로 위장했다.
다음날 돼지 축사에 처박힌 차량 안에서 강씨 시신이 발견된 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2006년 장기미제 사건철에 들어갔다. 사고 현장에 유류품, 지문 등 증거가 될 만한 게 없었고 이들의 지인들이 사고 당시 같이 있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추후 경찰 조사에서 채씨는 지역 개인택시 조합장 지위를 악용, 지인들에게 허위 증언을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씨도 딸에게 거짓 증언을 하라고 시켰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지난 9월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씨가 군산에서 허위로 보험금을 신청하자 보험회사 심사팀이 신씨의 과거 보험금 수령내역을 뒤져 수상한 부분을 발견하고 경찰에 제보한 것.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 사건 당일 함께 있었다고 진술한 딸이 신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채씨의 지인들도 거짓 증언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신씨와 내연남은 공소시효를 코 앞에 두고 검거됐다.
경찰 조사결과 신씨는 범행 1년여 전부터 3개 보험사에 강씨 명의로 몰래 총 5억7,500만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보험사가 강씨의 사고 원인을 의심하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자 소송을 냈다. 신씨는 재판 진행 중 채씨와 헤어졌고 승소 후 보험금 1억원을 혼자 챙겼다.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씨와 상호보증을 섰다가 빚이 1억원을 넘어가자 범행을 계획했다”며 “보험금은 모두 생활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최근 경찰청이 선정한 장기 미제사건 45건 중 첫 번째 검거 사례”라며 “모든 사건을 전면 재검토해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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