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이 시국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하는 무식한 말이다."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는 3일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종교인들의 시국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종북몰이'가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종교인의 시국 발언에도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 목사는 "구약성경은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예수는 정치범으로 내란 수괴 죄목으로 처형됐다"며 "목사에게 정치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것은 설교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군산교구 박창진 신부의 발언에 대해 "설교는 설교로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인 발언이 떠들썩한 이유는 설교를 설교로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종교인 시국 발언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성 전 대사는 "사제들이 지난 7개월 동안 기도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을 조사해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미사를 할 때는 단 한 줄의 기사도 내지 않던 언론들이 박 신부 발언에 법석을 떨더라"며 "진리를 감추는 사람은 거짓을 홍보하는 사람이므로 언론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도법 스님은 "종북, 빨갱이란 공포의 언어가 너무나 가볍게 쓰이는 현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진보와 보수, 여야, 종교를 떠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직면한 문제를 이렇게 다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박창신 신부의 박근혜 대통령 관련 발언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연평도와 천안함 관련 발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인이 제 역할을 못할 때 종교인이 시국 발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성찰이 필요하다"며 "종교 행사를 통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특정 정치세력을 비판하는 발언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현 시점에서 종교인이 발언하지 않는 것은 죽은 종교나 다름없다"며 "다만 종교인의 발언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수위와 범위, 사실 관계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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