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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4일] 애완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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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4일] 애완의 아이러니

입력
2013.12.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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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 테이블의 안주는 치킨과 소시지였다. 가게에는 강아지가 주인을 따라 나와 있었다. 아무에게나 살갑게 안기는 붙임성 좋은 프렌치 불독. 어쩌면 붙임성이 좋다기보다는 그저 먹성이 좋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무릎에 앞발을 올리고, 또 무릎에 앉히면 테이블에 앞발을 올리고, 접시를 탐내던 그 눈빛이 얼마나 간절하던지. 하지만 주인은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주시면 안 돼요. 걘 너무 먹는 걸 밝혀서 문제가 많거든요." 결국 한 시간 넘게 주위를 맴맴 돌고 이 무릎 저 무릎 자리를 옮기며 그 녀석이 얻어먹은 건 치킨 한 입이 전부였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떤 거인족이 나를 '애완인'으로 키운다면 어떨까. 주인은 나를 아끼고 사랑하겠지. 그러니 몸에 좋은 것만 먹일 거야. 가령 살짝 데친 시금치나 맹맹한 달걀흰자 따위. 또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목줄을 매어 데리고 다닐지도 몰라. 그래. 사랑받는 삶이라도 괴로울 것 같다. 자신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사실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 미칠 듯이 매운 불닭을 먹고 달콤한 도너츠를 먹는다. 몸에 나쁘다는 걸 몰라서? 설마. 알아도 입이 끌리고 기분이 좋아지니까 먹는다. 우리는 크든 작든 쾌락을 원한다. 그러나 내 사랑, 내 귀염둥이에게는 쾌락을 금하려 한다. 내 곁에서 오래 안녕하도록. 동물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말이다. 동등한 관계의 사랑이 어려운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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