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의사를 천명했지만, 지금 스케줄로 봐선 TPP '창립멤버'가 되긴 힘들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정부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입실익이 없고 잃는 것이 더 크다'는 원천적 반대 여론도 있지만, 찬성 쪽에서조차 '어차피 가입할 것이었다면 1차 협상국에 들어가는 게 좋았는데 너무 질질 끌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TPP 신규참여국은 관심 표명→참여 선언→기존 참여국 승인 등 과정을 거치게 된다. 관심 표명과 참여 선언 사이엔 '예비 양자협의', 참여 선언과 기존 참여국 승인 사이엔 '공식 양자협의'가 진행된다.
지난달 29일 관심표명을 마친 정부는 3~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9차 각료회의를 통해 예비 양자협의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TPP 무대 데뷔인 만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통상당국자들이 총출동, 기존 TPP 참여국들을 상대로 구체적 정보수집에 나선다.
예비 협의를 통해 참여를 결정하면 국회보고를 거쳐 '참여선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식 양자협의를 거쳐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면, 기존 참가국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후 국회 재보고 절차를 거친 뒤에야, 최종적으로 협정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에만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2011년 4월 관심을 표명했던 일본도 14개월이 지난 올해 3월에야 기존 참가국들과 협의를 마쳤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젠가 가입은 하겠지만, 적어도 TPP 창립멤버 합류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참가국들도 한국의 참여의사가 TPP 참여 자동보장은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한국의 TPP 관심표명을 공식적으로는 환영하면서도 한국이 원하는 시점에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성명에서 "어느 국가라도 협상에 새로 합류하려면 현 TPP 협상국과 양자 협의를 마무리해야 하고 이들 국가는 또 적절한 국내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한국 등) 새 참가국의 합류는 현 협상 당사국이 합의를 도출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12개 협상참가국들은 최근 들어 TPP 타결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타결이 목표이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 초엔 끝낼 태세다. 때문에 워싱턴 소식통도 "미국 의회 심의 기간만 90일이어서 한국이 '오리지널 멤버'가 되기엔 힘들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통상전문가들은 창립멤버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는 것과 남이 만들어놓은 룰을 따라가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TPP에 불참할 것이었다면 모를까 어차피 참가할 의향이었다면 좀더 빨리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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