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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닉슨 사임 시발은 도청 아니라 거짓말" 박 대통령에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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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닉슨 사임 시발은 도청 아니라 거짓말" 박 대통령에 맹공

입력
2013.12.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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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일 공개한 지난 대선 회고록 의 발췌본이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선 패배 1년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을 고강도로 비판함으로써 '대선 승복'의 길을 봉쇄하고 종교계 일각의 정권퇴진운동을 부채질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1년 전 대선후보로 나섰던 당사자가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문 의원 스스로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주목된다.

문 의원의 회고록은 당초 지난 대선 과정의 단일화 비사(秘史) 또는 대선 승복 여부 등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내용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고리로 박 대통령과 정부를 맹비난하는 대목에서는 '대선 불복'의 뉘앙스까지 풍겼다.

문 의원이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하며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사건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심지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의 연장선에서 "그렇게 덮어진 문제는 국민들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가 언젠가 한꺼번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 의원이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 고강도 비판을 담은 회고록을 공개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정국에서 보였던 '조용한 행보'를 벗어나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9일 회고록 출간 이후 토크콘서트 계획을 밝히는 등 정치행보를 가속화할 뜻도 분명히 했다.

문 의원의 공세 모드 전환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 창당이 가시화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또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친노진영을 결집시켜 야권 재편 구도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선명히 하는 것도 안철수 의원의 '중도 지향'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 의원의 강수를 최근 여야 대치 정국에서 리더십 위기에 처한 '김한길-전병헌' 투톱 체제에 대한 견제 필요성과 연결시키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처리 이후 김한길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친노진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이다. 물론 친노 핵심 인사는 "김한길 대표가 직을 걸고 배수진을 친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대여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이런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문 의원의 적극 행보가 민주당 내 조직기반이 취약한 현 지도부에 대한 견제 내지는 비토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아 민주당의 내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당장 문 의원이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비노ㆍ신주류 지도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한 핵심인사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지분확보를 위해 계산된 세 결집에 나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미이관 논란으로 당을 어려움에 빠지게 한 '원죄'를 너무 쉽게 돌파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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