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황해와 남중국해 등 사실상 중국의 전해상에서 군사 훈련을 펴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랴오닝(遼寧)해사국(海事局)은 지난달 29일 오후4시부터 12월 6일 오후4시까지 발해(보하이ㆍ渤海) 해협과 황해 북부 해역에서 인민해방군의 군사 임무가 수행된다며 모든 선박의 해당 수역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랴오둥(遼東) 반도와 산둥(山東) 반도를 연결하는 발해 해협과 황해 북부 해안은 한국의 서해와 맞붙은 곳이다. 중국은 지난달 17일에도 이곳에서 육해공군 병력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탄 야간 상륙 작전을 실시한 바 있다.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호는 지난달 29일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항에 도착한 뒤 남중국해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모항인 산둥성 칭다오(靑島)를 떠난 랴오닝호는 구축함 2척 및 호위함 2척과 함께 선단을 이룬 채 동중국해를 순항해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중국 남해함대 소속 란저우(蘭州)호와 류저우(柳州)호 편대는 지난달 27일부터 남태평양에서 실탄 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들은 지난 3개월 간 태평양을 가로지르면서 항해해 현지에 도착했다. 이번 훈련은 그 동안 서태평양에 집중됐던 해군의 작전 반경을 남태평양으로 확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해군은 올해 서태평양에서 이미 여덟 차례 훈련을 실시했다.
동중국해 상공에선 미일과 중국의 전투기가 연일 출격해 대치하고 있다. 중국 공군기는 지난달 29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미군 초계기 P3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E767 등을 견제하기 위해 긴급 발진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에도 수호이-30, 젠(殲)-11, 쿵징(空警)-2000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동원해 동중국해를 순찰 비행했다.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후 사전 통보 없이 매일 군용기를 출격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란 분석도 나왔다. 홍콩의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 국방부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앙군사위원회에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건의한 상태였으며 시 주석이 4개월 전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지난(濟南)군구(軍區)를 방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강군의 건설을 주문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인용해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중국의 새 지도부가 역내 안보에 대해 새로운 틀을 짜고 있다는 뜻"이라며 "중국이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역설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힘을 키운다) 정책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주주간은 방공식별구역 선포 뒤엔 중국이 댜오위다오(센카쿠) 뿐 아니라 태평양 진출을 위한 제1열도선(규슈_오키나와_대만) 돌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