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미군 물품 보따리 장사를 하던 마복림 할머니는 1953년 서울 중구 신당동 동화극장 앞에서 춘장 섞은 떡볶이를 팔기 시작했다. 1970년대 가스보급으로 지금의 '즉석떡볶이' 모양새를 갖췄고, 80년대 이 일대 떡볶이 가게들이 밀집하며 타운이 형성됐다. 2000년부터 매년 가을 열리는 신당동 떡볶이타운 거리축제는 이듬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돼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떡볶이타운 서쪽에 있는 광희문(光熙門)은 조선시대 도성 안 시신을 밖으로 내보내는 문으로 쓰였다. 광희문 도성 밖 동네는 혼을 위로하는 신당(神堂)이 많아 '신당동'으로 불렸고, 갑오개혁 때 한자를 '新黨'으로 바꾼 지명이 오늘날까지 쓰인다. 신당동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김동인(77)씨는 "옛 광희문은 지금의 퇴계로 한 가운데 있었는데, 해방 때부터 그 일대 시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제수용품과 떡집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는 이렇듯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다. 각종 스포츠대회가 열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옛 서울운동장)을 비롯해 한국 건축 1세대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새한빌딩도 이 동네가 자랑하는 장소다.
중구문화재단은 신당동 일대 역사적 이야기를 발굴하는 '신당동 시간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과물을 다음달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김은숙 재단 문화사업부장은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지역 문화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먼저 해당 지역의 문화자산과 이야기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지난 7월부터 문헌과 각종 자료수집을 통해 기초 연구를 진행했고, 광희문 경로당을 찾아 지역토박이들의 구술을 받아 적었다. 11월 초에는 퇴계로 대장간 거리를 시작으로 무학빌딩 봉제공장, 청구로 등 신당동 일대를 주민 20여명과 답사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신당동 시간매핑 프로젝트' 발표회를 열어 지역 주민과 예술가, 문화기획자 90여명의 의견을 듣고 심층 조사도 실시했다.
단행본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해 선정한 신당동 대표 장소 10여 곳과 각 장소 별 역사적 사건을 소개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고지도를 통해 본 '흔적매핑', 70~80대 토박이 주민들의 구술을 통해 신당동 역사를 재구성한 '구술매핑', 신당동 일대 건축물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는 '라이브러리 매핑' 등으로 구성된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박혜강 문화기획사 돈키호테 대표는 "연구를 시작한 후 신당동에 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단행본 '신당동 시간매핑'(가제)은 시간의 기억이 첨부된 4차원의 지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프로젝트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시간30분짜리 신당동 문화답사코스를 조성하고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지역예술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신당동을 주제로 주민과 예술가가 짝을 이뤄 작품을 만들고, 결과물은 충무아트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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