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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 핏불테리어 키워 수천만원대 투견판 벌인 견주들…확인된 것만 1년 판돈 6억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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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 핏불테리어 키워 수천만원대 투견판 벌인 견주들…확인된 것만 1년 판돈 6억여원

입력
2013.12.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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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밤 11시 강원 춘천시 한 야산. 후미진 공터에 몰려든 수십 명의 남성이 초조한 표정으로 "그렇지, 잘한다. 콱 물어!"를 연발했다. 이들의 시선이 꽂힌 철제 울타리 안에서는 맹견의 일종인 핏불테리어(Pit Bull Terrier) 두 마리가 서로 물어 뜯으며 지쳐갔다. 깊은 상처를 입은 듯 한 마리가 뒷걸음을 치며 나가 떨어지도록 투견(鬪犬)판은 계속됐고, 심판이 승패를 판정하자 관객들 사이에선 수천만원대 뭉칫돈이 오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수도권, 강원, 충청 지역을 옮겨 다니며 대규모 '핏불테리어 투견 도박장'을 열거나 상습적으로 도박에 가담해 온 혐의(도박개장 및 동물보호법 위반)로 도박개장자 장모(40ㆍ지산동파 조직원)씨, 견주(犬主) 김모(48ㆍ 모 증권사 부장)씨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가담 정도가 경미한 견주 이모(50)씨 등 9명은 불구속기소, 베팅에만 참여한 이모(55ㆍ중소기업 사장)씨 등 11명은 약식기소하고 달아난 도박주최자 등 8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핏불테리어 견주 동호회를 통해 친분을 쌓은 지인들을 끌어들이고 도주하기 쉬운 야산 등지에서 심야에 투견도박장을 열어 수천만원대 상습 도박을 해 온 혐의다. 최근 1년간 연 도박판은 확인된 것만 모두 28회로 판돈 기준 6억2,400만원 규모다.

이들은 ▦자기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판을 준비하는 일명 프로모터 ▦참가자들이 베팅한 돈을 관리하고 수익금을 분배하는 수금원 ▦심판 ▦부심 ▦추가 베팅을 유인하는 매치 ▦맹견을 데려오는 견주 ▦망을 보는 망꾼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도박은 맹견 중 어느 한 쪽이 죽거나 중상을 입을 때까지 가는 잔인한 방법으로 진행됐고, 판돈의 10%는 도박개장자가, 나머지 90%는 이긴 투견에 베팅한 참가자들이 가져갔다. 도박판에는 회당 200~300명의 참가자들이 몰려들기도 했으며 조직폭력배, 중소기업체 사장, 유명 증권사 부장, 중학교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긴 개는 마리당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거래됐고, 지거나 숨진 개는 몇십만원에 식용으로 팔렸다"며 "견주들이 개를 수입해 와 월 100만원에 달하는 훈련비를 들인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판돈은 확인된 6억2,400만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은 도박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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