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외교관례'라며 문제 없다는 반면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체"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논란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황 대표가 개회식 축사를 통해 "아베 신조 총리 각하" "오늘 총리 각하께서 말씀하셨듯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총회에는 아베 총리도 참석했다.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극우적 발언을 일삼는 아베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며 "이것이 지금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외교의 실체"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총회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호칭으로서 외교적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망언은 망언"이라며 "어설픈 해명으로 국민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과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이 국회 브리핑에 나서 "황 대표의 '각하' 발언은 한국에서 볼 땐 과할 수 있지만 과거 민주당, 한나라당 정권 때도 쓰였던 외교상 관례"라며 "특별히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연맹 참석자들은 "일본 측도 황 대표에게 역시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고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외교관이나 정치인들도 우리측 인사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붙인다. 너무 민감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더구나 일본에서 진행된 행사라서 그 쪽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예우했다고 보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불편한 한일관계와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황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불만이 공방을 키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의 '4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3, 4일만 시간을 달라"며 답변을 줄 듯하던 황 대표가 아무런 답변없이 일본으로 건너가자 비판이 비등하던 차에 '각하'호칭 문제를 걸어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