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이 오히려 아랍권 핵 확산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협상 타결로 핵무기 확산 저지 활동에서 승리했다고 환호하고 있지만 아랍 국가들은 미국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협상국인 ‘P5+1’(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독일)이 이란에게 평화적 목적에 한해 5% 이내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서 비롯됐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감은 특히 이란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게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족은 WSJ에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 등 사우디 왕가는 최근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막지 못한다면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타결에 대해 “잘못된 협상”이라며 이스라엘은 안보를 지키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시설 해체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며 “핵 활동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함으로써 서방국들이 아랍권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중동의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동맹국들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쏟아 왔다. 세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하얀 UAE 외무장관은 “우리가 우라늄 농축을 포기했다면 이란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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