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제주 서귀포시장이 최근 자신의 고교 동문회 송년모임에 참석해 "내년 지방선거 때 우근민 제주지사를 지지해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우 지사는 즉각 한 시장에 대해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직위 해제했지만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조선시대 버금가는 조직적 부패사건이자 현대판 제주시장 매관매직 사건"이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가 된 한 시장의 발언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귀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에서 나왔다. 서귀고(현 서귀포고) 2회 졸업생인 한 시장은 이날 고교 동문 100여명을 상대로 "우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네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네가 서귀고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며 "이러한 내면적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 시장은 이어 서귀포시청 내 출신 고교별 공무원 수를 거론한 뒤 "서귀고가 모든 인사에서 밀려 있다. 제가 시장직을 더 해야 이 친구들을 다 제자리로 끌어올릴 수 있고, 서귀포시내에서 사업하는 분들 계약 하나 더 줄 수 있고, 그렇게 영향 미칠 수 있으니까 도와달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제주도당은 긴급 논평을 내고 "우 지사가 불편부당의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에게 내년 선거를 매개로 종용과 거래에 나섰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이는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편가르기와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 지사가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지지를 종용하고 '거래'를 했는지 상상이 되고도 남을 일"이라며 "우 지사는 한치의 거짓도 없이 진위 여부를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경실련 등도 "한 시장의 발언은 매관매직으로 뭉쳐진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우 지사와 한 시장에 대한 검찰을 수사를 촉구했다.
한 시장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한 시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당시 동문회에 참석했던 한 시장의 녹취파일을 확보해 분석에 나섰으며, 조만간 한 시장을 소환해 우 지사 지지 발언의 배경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우 지사는 한 시장을 직위해제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이후 도지사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감찰부서에 발언경위 등을 자세히 조사한 후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법기관 등에 수사의뢰 조치하도록 우 지사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장은 "고교 동문회 자리이다 보니 말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우근민 지사와의 내면적 거래를 했다는 말은 분위기상 말을 이끌어 나가다 보니 없는 말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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