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공약 불과"한국형 발사체 성능 시험 최소 100회 이상하려면 2022년은 돼야 발사 가능달 착륙선 성공도 미지수"실현 가능한 계획"위험도 높은 분야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한참 뒤져 의욕·도전적인 추진 필요
'7년 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에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낸다.'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의 핵심이다. 7년이면 그리 멀지 않았다. 지난 1월 나로호 발사 성공에 이어 우주 개발을 앞당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빚어낸 이 장밋빛 계획에 대해 우주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한 마디로 '공학적'이 아니라 '정책적' 계획이라는 것이다. 돌발 상황 없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에 대해선 어느 과학자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계획한 우주 개발 일정 가운데 과학자들이 성공 가능성에 대해 가장 확신하기 어렵다고 꼽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추진기관(엔진)의 성능시험을 주어진 시간 안에 충분히 할 수 있을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끝나자마자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내 달에 착륙까지 시킬 수 있을지다.
나로호 때는 엔진 성능 시험을 대부분 러시아에서 진행했지만, 한국형 발사체는 국내에서 직접 해야 한다. 그런데 성능 시험을 위한 각종 설비 구축은 이제 시작 단계다. 류정주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 계획대로 2020년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 올리려면)적어도 2017년까지는 적어도 100회 이상의 엔진 성능 시험을 모두 마치고 이후 최소한 2년 동안은 발사체 전체 시스템을 시험해야 하는데, 상당히 빠듯한 일정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류 수정과 실패 확률 등까지 염두에 둔 공학적 계획으로 보자면 2022년은 돼야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초 한국형 발사체의 발사 예정 시기는 2021년이었는데, 이번 정부 계획으로 1년 3개월 앞당겨졌다.
다행히 한국형 발사체가 계획대로 2020년 6월 성공적으로 발사된다고 해도 달 탐사선을 보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달 탐사선은 궤도선과 착륙선 두 가지다. 궤도선은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처럼 달 주위를 돌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착륙선은 실제 달에 들어가 로봇 등을 활용해 연구에 필요한 실물이나 영상 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사실 궤도선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온 것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발사체에 실어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인공위성이 떠 있는 높이보다 달이 훨씬 멀기 때문에 한국형 발사체 맨 윗부분에 로켓을 하나 더 얹어 우주 공간에서 몇 차례 더 힘을 가해 궤도선을 밀어 올려줘야 하는 차이가 있다.
과학자들이 반신반의하는 건 착륙선이다. 달 궤도로 진입한 뒤 지구의 6분의 1 정도로 존재하는 중력을 이용해 달의 지상에 내려앉는 건 결코 만만한 기술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시험해볼 새도 없이 한국형 발사체를 처음 쏘아 본 그 해에 바로 이어 탐사선을 달로 보내 착륙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편에선 우주 개발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에게 한참 뒤처져 있는 만큼 도전적이고 의욕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위험도가 높은 우주 분야의 특성상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실패 확률 등의 여러 변수들을 일일이 고려하면서 실제 공학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누구도 정확한 계획이나 예측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빠듯한 일정 때문에 실제 연구나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현장의 공학자들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공학자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조바심을 내비쳤다.
러시아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던 나로호조차 올 초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예상치 못한 기술적 어려움과 정책적 걸림돌을 수 차례 거쳐야 했다. 2005년이었던 초창기 발사 계획부터 치면 8년이나 지연된 것이다. 하물며 처음부터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한국형 발사체나 달 탐사선에 이 같은 변수가 없겠느냐고 적잖은 과학자들은 반문한다. 우주 개발 계획이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공학적 관점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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