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변상일이 △로 끊은 건 사실 부분적으로는 너무 과한 수다. 흑이 1로 움직이면 2부터 17까지 피차 외길수순을 거쳐 거꾸로 상변 백돌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좌상귀가 저절로 백집으로 굳어지고 18로 중앙 흑돌까지 잡혀서 전체적으로는 흑이 오히려 손해다.
그래서 강동윤이 먼저 1로 좌상귀부터 움직인 다음 기회를 봐서 를 결행하려 했지만 변상일이 상대의 의도를 눈치 채고 냉정하게 2로 흑 두 점을 따내서 모든 말썽의 여지를 없앴다. "이것으로 저의 승리가 확실해졌으니 이제 그만 돌을 거두시지요"라는 사실상의 승리 선언이다.
이후 강동윤이 열심히 추격전을 전개했지만 변상일이 전혀 무리하지 않고 침착하게 응수해서 좀처럼 역전의 빌미를 찾기 어렵다(19 … 9). 예를 들어 26 때 1로 끊어 봤자 주변 흑돌이 워낙 허술해서 2, 4로만 응수해도 잘 안 된다. 백의 승리가 거의 굳어진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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