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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 프로야구 선수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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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 프로야구 선수에게 배워라

입력
2013.11.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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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고과표'에 없는 가치 강조하려면 스스로 에이전트 돼 '자기평가서' 작성을누구나 화려한 '류현진'이 되고 싶지만 현실선 묵묵히 팀 구하는 오승환이 매력적'60점 짜리'도 성장 가능성 높을 수도… '놓치기 아까운 선수'라는 점 강조해야

지난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프로야구 선수들이 잠시 그라운드에서 내려와 테이블 앞에 앉았다. 9개 구단은 소속 선수들의 2013 시즌 기록을 꼼꼼히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바로 선수고과표를 만드는 일이다. 선수고과표에는 선수들의 1년간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 선수고과표를 완성한 구단은 선수들에게 고과 내용을 통보한 뒤 연봉 협상을 시작한다.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건 당연지사. 스포츠지 1면을 장식하는 고액연봉 선수는 함박웃음을, 동결도 모자라 연봉이 깎인 선수는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바야흐로 협상의 계절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연봉이 몇 억 원씩 뛰기는 어렵겠지만, 직장인들도 부푼 마음을 안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시기가 왔다. 협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당신. 연봉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프로야구 선수들을 통해 배워보자.

'선수고과표' 보다 철저한 자료를 만들자

프로야구 구단들이 만들고 있는 '선수고과표'에는 한 해의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 선수 개개인의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수치화한 자료로 정리하는 일이다. 물론 고과 산정 기준이 사전에 공개될 뿐 아니라 선수들이 중간에 열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 혼자 협상 전 과정을 감당하긴 어려운 만큼 에이전트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트는 선수의 능력을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 구단 앞에 마주 앉는다. 구단 고과표대로만 연봉을 매길 수 없도록 '열쇠'를 쥐는 셈이다.

에이전트가 따로 없는 직장인들은 당연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제정화 유앤파트너즈 이사는 "한 해 동안 자신의 회사 업무 성과를 되짚고 정리해서 자료로 만들어야 한다. 옛날처럼 남이 알아주길 바란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면서 "본인의 기여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정량적 일이라면 자료로 만드는 일이 먼저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성적 일이라면 기여도에 대한 명확한 정리로 자기평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사를 위하는 '구원투수'가 되자

삼성이 자타공인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투수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을 대하는 태도는 각별했다. 선발로 올라와 연간 5,6승을 건지는 투수는 많지만 위기상황에서 팀을 구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 오승환이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직장에도 선발 15승을 거뜬히 해내는 류현진(LA 다저스) 같은 에이스는 당연히 있다. 하지만 팀에는 에이스만 필요한 게 아니다. 때로는 팀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오승환이 더 절실하다.

당신이 회사를 위하는 사원이라는 점을 강조하자. 협상 테이블에선 '내 자랑'에 침을 튀기는 사원보다 팀이 잘 굴러가도록 돕고 있다는 사원이 더 매력적이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는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다. 또한 회사와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갈 사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매력적인 사람이 돼야 상대가 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선 두둑한 배짱을 갖자

유명 야구선수들의 연봉협상 과정은 스포츠신문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대개 구단이 얼마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선수가 응하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거나, 예상보다 많은 금액 혹은 적은 금액에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다. 언제나 돈을 주려는 쪽은 받는 쪽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상사가 낮은 연봉을 제시했다고 당황해 협상 테이블에서 허둥지둥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은 언제나 갈등을 부르고 이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것 역시 능력이다. 정 대표는 "연봉협상에 나선 을은 몹시 떨고 있다. 그런데 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협상 테이블에선 갑도 을처럼 똑같이 불안을 호소한다고 한다. 협상은 기 싸움인 만큼 배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상사가 연봉을 낮게 제시할 것으로 보이면 먼저 적정 연봉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협상을 시작하는 금액이 협상 금액을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제시하는 연봉은 객관적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60점짜리 선수'에게도 방법은 있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겨울 내내 미래를 위한 준비에 힘을 쏟는다. 올 시즌을 반성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계획을 세운다. 필요하다면 스토브리그에서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고 팀과 맞지 않는 선수를 내보내는 등 대대적인 인력 개편에 나선다. 인력풀을 구성할 때 구단과 감독이 만장일치로 후하게 점수를 주는 선수는 내년이 기대되는 선수다. 올해 60점짜리 활약을 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면 이 선수는 놓치기 아깝다.

회사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결산을 내고 해당 해의 손실과 이익을 따져본다. 이때 꼼꼼히 따지는 건 비단 매출액만이 아니다. 인력 운용도 대대적으로 점검한다. 노양희 커리어케어 전무는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회사 이익도 충족시킬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연봉협상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올해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사원이 필요하다"며 "미래를 설계하려면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솔직한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단점과 회사의 단점을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안을 내자. 앞으로 회사에 더 보탬이 될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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