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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찾아 나서라" 아파트도 B2B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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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찾아 나서라" 아파트도 B2B 시대

입력
2013.11.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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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관계자들까지 만나서 '분양할 아파트를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사정했죠. 말도 안 된다며 황당해 하더라고요."

삼성물산은 9월 경기 용인시에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작은 실험을 했다. 모델하우스에서 손님이 오길 기다리는 대신, 직원들을 분양사업장 인근 첨단기술연구단지 '판교 테크노밸리'로 보냈다. 연구단지 입주기업들에게 아파트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에 기업간 거래(B2B)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입주기업들을 설득해 강연을 열었다. 입주기업 직원들에게 청약제도부터 좋은 집 고르는 법까지 간단한 부동산 지식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단지 인근에 들어설 아파트를 홍보했다. 원하는 기업에겐 주택시장동향 자료와 비공개 정보까지 제공하면서 구매력 높은 고객을 발굴했다. 삼성그룹사들을 상대로도 강연을 열어 공식 오픈 전에 삼성그룹 임직원 4,000명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실험은 성공했다. 수지이스트파크 분양에서 B2B로 유치한 고객은 전체 계약자의 20%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모든 사업장에서 평균적으로 계약자의 5~7%를 B2B 기법으로 유치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시장에 B2B 시대가 오고 있다. 다른 기업의 직원에게 아파트를 홍보하거나, 고객정보를 이용하는 B2B 마케팅 기법은 1977년 주택청약제도 시행 이후 20여년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영역에 머무르며 침체한 아파트 분양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있다.

현재 아파트 시장에 B2B 마케팅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은 물론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갈수록 침체되는 분양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파트 시장 B2B는 고객을 공유할 수 있는 기업 사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국내에 유통하는 한성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삼성물산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마다 삼성물산의 모델하우스에 차를 전시했다.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벤츠 고객들에게 삼성물산의 분양소식도 알렸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벤츠 열쇠고리나 골프백을 증정하기도 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고객들은 아파트도 구경하고, 벤츠 시승도 했다. 삼성생명도 삼성물산과 함께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은 금융회사들과도 B2B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래미안위례 분양 때는 우리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로 초청해, 샌드아트 공연을 보여주고 아파트를 홍보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벤츠의 부자 고객들을 모델하우스로 부를 수 있고, 벤츠 역시 래미안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는 윈윈 관계"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B2B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만큼, 이제는 능동적으로 고객을 찾아 맞춤형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결국 청약제도는 없어지고, 광고나 홍보가 필요 없는 맞춤형 판매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반기면서 부작용도 함께 우려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제도, 분양가상한제를 없애고 B2B로 고객정보를 확보해 맞춤형 주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서민,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정밀한 주택 보급제도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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