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고 끝에 우리나라 통상외교사상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키로 결심을 굳혔다. 세계최대 경제블록인 만큼 수출증대 효과는 크겠지만 그만큼 거센 농축산물 개방압력을 받아야 하는 데다, TPP를 싫어하는 중국과의 관계악화도 불가피해졌다. 막상 주사위는 던졌지만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라, 우리나라 통상외교가 큰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2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TPP 참여 의향을 밝혔다. 현 부총리는 "먼저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기존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TPP 참여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 동안 정부가 "신중 검토 중"이라고만 밝혀왔던 것에 비하면 현 부총리의 '관심표명'발언은 사실상 TPP협상 참여를 공식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다.
TPP는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26조6,000억달러, 무역규모는 10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지구상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아시아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등 태평양 연안 4개 대륙 국가들 대부분이 참여, 규모 면에선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보다도 크다.
그런데도 그 동안 정부가 TPP협상에 선뜻 참여의사를 밝히지 못했던 건 복잡한 외교적 역학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경제적으로만 놓고 봐도 실익에 대한 논란이 컸다. "따로 FTA를 맺지 않아도 TPP 참여국 모두와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무역증대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란 찬성론도 있었지만 "미국과 호주의 쇠고기시장 개방압력을 포함해 농축산물 시장을 다 열어 줘야 할 것"이란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과거 미국 칠레 등 개별FTA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농민반발이 따를 수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도 깊은 고민거리다. 사실 미국이 TPP를 주도한 건, 경제적 목적 외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미국 EU와 FTA를 끝내고 마지막 대단원으로 중국과 FTA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PP에 발을 담그기로 한 만큼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 또 한중 FTA는 차질 없이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방공식별구역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TPP 참여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키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TPP참여 쪽으로 방침을 굳힌 건, 태평양 연안국 대부분이 속속 합류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끌려가는 입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 수석연구원은 "어차피 참여할 것이라면 특히 일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려면 논의에 조기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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