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요구가 거부된 것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준안 처리 이후 여야간 대치가 더욱 가팔라진 상황인데다, 경우에 따라 헌정사상 최초로 임명동의가 무효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민주당이 인준안 표결에 앞서 요구한 필리버스터를 강창희 국회의장이 수용하지 않은 부분이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29일 "필리버스터는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합법적인 요구"라면서 "결과적으로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 106조2항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며, 종결에는 5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하다. 또 안건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하지만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법은 특별법으로 일반법인 국회법에 우선한다"면서 "인사청문회법에는 무제한 토론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는 만큼 강 의장의 의사진행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법을, 국회사무처는 인사청문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엇갈린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 절차에 대한 규정이어서 국회사무처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사청문회법에는 본회의에서의 인준안 처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 특히 19조(준용규정)는 인사청문특위의 구성ㆍ운영ㆍ절차 등을 제외하고는 국회법이나 증언ㆍ감정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율사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도 "아무래도 국회사무처가 법 논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쟁점은 인사 문제와 관련한 찬반토론 허용 여부다. 강 의장은 민주당이 소속의원 127명 전원 명의로 무제한 토론 요구서를 제출하자 "관례적으로 찬반토론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곧바로 표결을 선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 임기 첫 해인 1998년 3월과 8월에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인준안을 두고 여야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실질적인 찬반토론을 벌였음을 반론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사진행발언과 실제 찬반토론은 엄연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실의 반론을 수용하더라도 필리버스터 제도가 1973년 폐지됐다가 지난해 다시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의장의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제도 자체가 없던 시기의 일을 근거로 명문화된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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