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다음달 4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불러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남쪽으로 더 넓히는 방향의 정부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KADIZ 확대안을 어떻게 만들지 고심 중인 정부의 방안 도출 작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군 소식통은 이날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맞서 KADIZ를 어떤 식으로 설정할지에 대한 당정 협의가 4일 열릴 것으로 안다"며 "새누리당이 KADIZ를 확대해 이어도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의견을 김 장관에게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조원진 제2정조위원장은 "3일 국방부ㆍ외교부 당국자들을 불러 정부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이에 대한 평가와 여론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4일 열리는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연석회의에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전날 협의회를 열고 KADIZ를 확대해 고시하는 방침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부는 섣불리 방안을 확정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익과 국제적 관례, 주변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KADIZ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KADIZ를) 확장하는 것뿐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거나 조정하고 관리하는 것도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는 국익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대략 3, 4개의 KADIZ 확대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제주도 남단은 해군의 작전구역(AO)이 확보되는 북위 32도까지 확대하고, 동남쪽은 민간 항공기들의 관제에 사용되는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AO는 해상의 국적불명 선박이나 불법 무기를 선적한 선박들이 우리 영해로 진입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군이 설치한 것으로, 동ㆍ서ㆍ남해 KADIZ 밖에 획정돼 있으나 정확한 범위는 비공개다. FIR보다 남쪽으로는 덜 내려가지만 동ㆍ서쪽으로는 범위가 약간 더 넓다. 이 방안을 채택하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과 일부 겹치는 마라도 남방 해상과 거제도 인근 홍도 남방 해상이 완전히 확보된다.
KADIZ를 AO와 일치시키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KADIZ가 더 확장돼 중일과의 외교적 마찰 소지도 더 커진다. 제주 남방의 FIR과 KADIZ를 일치시키는 방안은 범위가 가장 넓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유리하지만 이어도 남쪽의 광범위한 수역을 포함해 중국의 반발이 우려된다.
어떤 방안으로 결론이 나도 정부는 우리 방공구역에서 일부 빠져 있는 마라도와 홍도 상공과 함께 이어도 상공을 모두 KADIZ에 넣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중급유기가 1대도 없어 공군 전투기가 이어도 상공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최대 20분에 불과한 데다 예기치 않은 충돌이 벌어졌을 때에 대비한 위기관리 매뉴얼마저 없는 상황이어서 KADIZ를 넓혀도 실효성이 담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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