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정리해고에 반발해 77일간 장기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회사에 33억원, 경찰에 13억원 등 모두 46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원들이 경찰에 배상해야 할 13억원은 경찰 피해 배상금액으로는 역대 최고액수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민사부(이인형 지원장)는 29일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 파업에 참여한 139명을 상대로 164억원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6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속노조 위원장과 간부, 쌍용차 노조 간부, 민주노총을 포함한 사회단체 간부 등에게만 배상 책임을 물었고 일반 조합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쌍용차 점거파업은 목적 및 수단에 있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쟁의행위로서 위법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가담한 금속노조 및 노동조합 간부 등은 쌍용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쌍용차측이 1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감정평가 결과 피해액이 55억1,900만원으로 조사됐고 파업의 결정적 원인이 된 대규모 정리해고가 경영악화에 따른 것으로 경영진의 책임이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해 감정평가 손해액의 60%를 피고의 책임범위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찰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14억6,000만원에 대해서는 90%인 1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찰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헬기와 중장비 등 장비훼손에 따른 수리비뿐만 아니라 부상당한 경찰관 121명의 치료비 1,600만원, 위자료 명목으로 2억원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치료비 1,400만원과 위자료 3,900만원(1인당 30만~100만원)만 인정했다. 집회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경찰관 개인에 대해 법원이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개로 보험회사도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1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보험회사측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선별해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고에 대해 쌍용차 노조는 "파업권에 대한 법원의 부당 개입"이라며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이창근 쌍용차 노조 정책실장은 "회사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법원이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며 "시위 당시 경찰과 상호공방을 벌였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파손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주장만 받아들인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쌍용차 비정규직 근로자 4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고들이 파견된 날로부터 2년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로부터 쌍용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판단되나 임금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이 안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1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노동자 2,500여명을 구조조정했으며 이후 해고 노동자와 가족 22명이 자살했다.
평택=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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