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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30일] 동물들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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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30일] 동물들의 스트레스

입력
2013.11.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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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춤추는 곰'은 400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 오락산업이다. 야생에서 곰을 생포해 발톱과 이빨을 뽑은 뒤 입과 코, 머리를 관통해 줄을 넣는다. 말을 듣지 않으면 줄을 당겨 고통을 준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곰을 올려놓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곰이 춤을 춘다"며 즐거워한다. 서커스단의 코끼리들은 불훅(bullhook)이라는 도구를 보면 공포에 질린다. 조련사들은 쇠갈고리가 달린 막대기로 귀 뒤와 얼굴, 다리 등을 찌른다. 코끼리 피부는 얇고 민감해 벼락을 맞은 듯 고통스러워한다.

▲ 대부분의 동물은 활동적이다. 곰, 늑대, 코요테 등은 며칠 만에 수백㎞를 이동하며, 호랑이의 하루 이동거리는 100㎞나 된다. 코끼리는 먹이를 찾아 하루 20시간 정도 움직인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코끼리는 몸을 앞뒤로 흔들고, 호랑이는 종종걸음으로 왔다갔다한다. 기린은 입에 닿는 것이면 뭐든지 핥는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종일 잠만 자는 것도 이상신호다.

▲ 얼굴 근육을 움직일 수 없어 늘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이는 돌고래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7월 방류된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어민들에게 잡혔다. 제돌이 등 불법 포획된 11마리가 돌고래 공연업체에 넘겨져 쇼를 하다가 6마리나 목숨을 잃었다. 돌고래는 물 밖에 있는 임신부의 태아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관객의 박수와 환호소리, 수족관 기계소리는 돌고래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수족관 돌고래 대부분이 스트레스성 위궤양을 앓고 있어 조련사들이 늘 위장약을 준비해 둔다.

▲ 서울대공원에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사육사를 중태에 빠트린 사건의 근본 원인은 호랑이의 스트레스라는 게 동물전문가들의 견해다. 새끼를 낳을 암컷호랑이와 격리하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격리된 공간도 비좁은 여우 우리였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은 야생동물 쇼를 금지했다. 동물원 폐지가 어렵다면 동물 쇼를 없애고 동물들이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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